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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층 침대
  • 사이토 린.우키마루
  • 14,400원 (10%800)
  • 2025-02-24
  • : 290

‘이층 침대’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사이토 린 ․ 우키마루 글, 이가라시 다이스케 그림, 고향옥 옮김 - 『이층 침대』(문학과지성사)


 

남매의 ‘이층 침대’ 모험에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오랜만에 정말 아무 걱정 없이 남매를 따라 유령 나라부터 북극까지 달렸다. 침대만 있으면, 남매는 어디든 갈 수 있다. 남매의 모험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이 고개를 내밀 때 시작된다!


‘이층 침대’를 떠올리면 어린 날 잠깐 이층 침대를 사용했던 나와 여동생의 모습이 생각난다. 남매와 달리 우리 자매는 2층을 동생이 쓰고, 1층을 내가 썼다. 남매처럼 침대를 타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거나, 재밌는 이야기를 하면서 밤새워 본 적이 없다. 그저 각자 다른 방향으로 등을 지고 누워서 휴대폰 액정만 빤히 쳐다보면서 두드리다가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다음날 아침을 맞는 게 대부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동생과 단둘이 있는 유일한 그 시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게 후회된다. 동생도 나와 같을까? 나와 다를까 봐 물어보기 겁난다. 물어봐도 동생이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다음에 생각나면 뜬금없이 물어봐야겠다. ‘이층 침대 썼을 때 기억나?’하고.


2층을 쓰는 오빠가 부러웠던 동생은 오빠가 배 아파서 며칠 입원하게 되면서 2층에 올라간다. 전에 동생은 오빠에게 2층을 쓰고 싶다고 말했지만, 엄청 위험해서 안 된다고 오빠는 말했다. 동생은 아마 그때 오빠가 2층을 혼자서 쓰고 싶어서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댄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빠가 집에 없는 사이에 올라간 2층은 정말이지 위험했다! 항상 오빠와 이층 침대를 타고 이곳저곳 모험을 떠났던 동생은 오빠 없이 혼자 모험 길에 오른 것이다. 언제나 곁에 오빠가 있었는데, 오빠가 없는 동생이 느끼는 쓸쓸함은 당연하다. 오빠의 곁이 아니어도 갈 곳이 많은데, 동생은 침대를 타고 오빠가 있는 병원으로 간다. 병원에 있는 오빠는 분명 혼자 이층 침대에서 잠을 잘, 모험을 떠날 동생을 걱정했을 것이다. 남매는 수많은 모험을 함께 한 만큼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좋으면서도 아는 게 많아서 불편한 것도 있다). 그래서 동생은 오빠에게 갔고, 오빠는 그런 동생은 반가워했을 것이다. 남매의 모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령 나라는 허구에 불과하고,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정글과 아주 추운 북극은 갈 엄두조차 낼 수 없다. 하지만 ‘이층 침대’가 남매를 유령 나라, 정글, 북극에 데려다주었다. 아니, 이층 침대를 타고 남매는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보고 듣고 말하며, 느꼈다. 달이 슬며시-, 자리를 비키고 날이 밝아오면서 해가 달의 자리를 채우면, 이층 침대는 더 이상 마법을 부리지 않는다. 남매도 모험을 즐기던 모습을 숨기고 일상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어쩌면 남매는 매일 밤을 손꼽아 기다리며, 아무도 모르게 서로만 아는 신호를 주고받으며, 모험을 떠날 곳을 정하고 있는지 모른다. 모험을 떠날 때 필요한 것은 모험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편안한 잠옷과 이층 침대, 즐기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오빠에게는 동생이, 동생에게는 오빠가 있으면 된다. 만약 오빠나 동생 중, 서로가 없다면 모험을 떠날 순 있어도 함께 했을 때 느낀 즐거움보다 느낄 즐거움이 작아질 것이다. 혼자라면 이층 침대가 아니라 1인용 침대로도 충분할 것이다. 남매가 이층 침대를 타고, 앞으로도 수많은 모험을 즐겼으면 좋겠다. 어른이 되고 나서 이층 침대를 타고 나섰던 모험 이야기를 며칠 밤새워 나눌 수 있을 만큼 말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모두가 잠든 시간에 침대를 타고, 모험을 떠났던 적이 있을 것이다. 휴대폰 그만하고 일찍 자라며 잔소리를 하면서 이불을 목 아래까지 덮어주던 부모님까지 말이다. 이층 침대를 타고 모험을 떠나는 남매의 이야기를 부모님과 동생들에게 들려주면 어떤 반응일까? 동생들은 무심할 것 같고, 부모님은 어른이 된 지금도 어린애처럼 그림책을 보냐고 우스갯소리를 할 것 같다. 뭐 어떤가. 남매 이야기를 하는 내 이야기는 귀에 박힐 것이고, 나중에 혼자 있을 때 침대를 타고 모험을 떠났던 어린 날을 떠올리며 피식-, 웃을 게 뻔하다. 내가 잊고 있던 행복했던 순간을 꺼내준 것이니 나는 뿌듯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잊히지만 아예 잃어버리지 않는 이상, 다시 떠올릴 수 있다. 그래서 ‘기억’이 아프기도 하고, 다정하기도 한 것이다. 우리는 커가면서 어렸을 때 했던, 낙엽 굴러가는 것만 봐도 소리 내어 환하게 웃던 순간을 잊고 ‘아이였을 때가 없이 바로 어른이 된 것처럼’ 행동한다(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그 모습을 강요한다. 우리는 어른보다 아이일 때가 가장 솔직하고, 행복했다). 실은 어렸을 때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하루를 정리하고 안정감을 주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몰래 웃거나 괜히 웅장해지던 순간들 말이다. 그때는 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일 등 불가능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오늘은 어른이지만 매일 어른인 척하느라 힘든 나를 위해 ‘어른아이’를 벗어두고, 진짜 아이가 되어-이층 침대가 아니어서 아쉽지만-모험을 떠나야겠다. 지금은 곁에 동생이 없지만 뭐 괜찮다. 혼자서 떠나는 모험이 주는 즐거움도 제법 쏠쏠할 테니까. 침대를 타고 혼자 떠난 모험 길에 이층 침대를 탄 남매를 만날 수도 있고, 생각지 못한 연속의 만남에서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하거나 늘 버킷리스트 상위권에 있는 가보고 싶은 나라(스위스, 뉴질랜드, 독일, 영국)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정말 꿈만 같은 일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침대는 현실적인 조건을 일일이 따지는 대신 무조건 ‘Go!’를 외치기에 망설일 시간도 없이 모험 길에 올라 어느새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길 바란다. 어릴 때는 침대가 새로운 세계 또는 가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갈 수 없는 시공간에 데려다줬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는 침대의 푹신함을 느낄 새도 없이 지쳐 잠드는 날이 대부분이다. 침대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보다 내일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자는 게 더 효율적이니까(어른이 되면 더 편할 줄 알았다. 그건 내 착각이었다). 혼자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고, 자주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들을 상상하는 나에게 ‘침대와 반짝이는 별들이 비추는 밤’은 언제부턴가 걱정과 고민, 불안이 뒤엉켜 짙은 한숨과 동시에 뒤척이다가 오늘, 내일 경계에서 언제인지도 모르게 잠들어 개운하지 않은 내일을 맞이하는 딱딱하고 불편하고, 흐릿한 사물이 되었다. 『이층 침대』 덕분에 오늘 밤은 걱정과 고민, 불안 대신 조금 들뜬 마음으로 이불 속에서 평소와 다른 밤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잠이 안 오는 밤이나,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날에는 남매를 찾아가 ‘이층 침대’를 타고 모험을 떠날 것이다. 현실보다 이층 침대를 타고 떠나는 모험이 내겐 덜 힘들고, 맞서서 버텨낼 용기가 생길 것 같다. 잊고 있던 ‘밤에 침대에서 일어나는 즐거웠던 나만의 모험’을 상기하며 일에 치여 지친 마음에 잠깐이지만 웃음을 톡톡-, 뿌려줄 수 있어서 좋았다(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이층 침대』를 선물하고 싶은 수많은 얼굴이 머릿속에 떠다닌다. 남매와 함께 이층 침대를 타고, 곧 그들을 찾아갈 것이다! 그냥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만 하면 된다!

 


◎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문학과지성사’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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