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쓸데없는 재주는 없다!
주봄 글 ․ 국민지 그림, 『먹방의 고수』 (북멘토)
동화라고 해서 가벼운 마음을 펼친 책장에는 한 소년이 자신을 찾아가는 나름 치열하고, 와중에 재미를 곁들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재료가 한눈에 보이도록 정갈하게 색과 모양대로 자리를 배치하고, 코끝을 스치는 은은한 각 재료 본연의 냄새와 그것들이 함께 어우러져 나는 독보적인 냄새에 정신을 못 차리는 듯한(과장을 조금 보태면) 느낌이 들었다.
영찬이와 같은 아이들을 종종 보고는 한다. 나도 영찬이만큼은 아니지만, 정말 많이 먹고 먹는 것을 좋아했다. 어른이 된 지금도 음식을 좋아하지만, 어릴 때처럼 많이 먹지 못한다. 어릴 때는 지금 내가 먹을 만큼 먹었구나, 하고 나의 배가 찼다는 신호를 잘 알아차리지 못하고 먹었던 탓에 여러 번 체를 하여 부모님 걱정을 사기도 했고, ‘이제는 조금만 먹을 거야!’라며 다짐을 여러 번 했던 적이 있다. 뭐, 그 다짐은 며칠을 가지 않았지만.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고, 먹고 싶은 음식도 먹지 못한 음식도 너무 많다. 세상 곳곳에 있는 음식을 모두 먹어보려면 하루가 24시간이고 위가 하나인게 부족할 것 같다고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어른이 되어도 동화를 읽으면, 어린아이로 돌아가 아이처럼 생각하게 된다. 잠시나마 치열하고 냉정하기만 한 세상에서 나와 여유를 갖고, 진정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작은 일에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 영찬이 덕분에, 중요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영찬이는 무한 리필 식당 사장님들을 공포에 떠는, 식당 사장님들이 기피하는 아이다. 아이지만 맞는 사이즈가 없어서 어른 옷에 직접 포켓몬을 그려 입는 그런 아이다! 처음에는 먹어봤자 얼마나 많이 먹겠어, 했지만 영찬이는 정말 많이 먹었다. 많이 먹고, 음식을 정말 좋아했다. 음식을 표현할 때는 詩인이 따로 없을 정도다. 부모님과 형과 누나한테 구박을 받으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음식을 좋아하고 많이 먹는다고만 생각했는데 영찬이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 중에 있었다.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지만 영찬이는 끝내 자신이 가진 ‘잘 먹는 재주’를 인정했고, 자신이 많이 먹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재주를 보여주고 인정받는다. 유명 먹방 유튜버 멸치와 배틀 먹방을 하고 어쩌다 신지호와 먹방 채널을 개설하여 영상을 찍어 올리고 먹방 영상에 대해 이것저것 공부하면서 미운 정 고운 정이 들고, 뷰티 유튜버로 활동하는 이세진의 속마음을 알게 되면서 유튜버로서 가져야 할 책임감을 배운다. 영찬이 혼자였다면 오래 걸렸을 길이 지호와 세진 덕분에 조금은 짧은 길로 영찬이 자신의 꿈에 닿을 수 있었다. 지호도 영찬이 덕분에 자신의 꿈은 유튜버 감독의 꿈을 실현하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꿈을 좇는 줄도 모르고, 그저 친구가 권해서 자신의 자존심을 허락하지 않아서 어쩌다 시작하게 된 일들이 영찬이는 물론 지호, 그리고 영찬이의 식욕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가족들의 생각을 바꿔놓았다. 영찬이는 이제 음식을 많이 먹는 아이가 아니다. 음식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만큼 먹으면서 ‘진정한 먹방의 고수’가 되기 위한 첫걸음을 떼었다. 영찬이는 한 번 찐빵을 먹다가 급체를 한 적이 있다. 이 일은 영찬이 스스로 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만 아니라 영찬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확실히 소화 능력이 남다르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던 에피소드다. 이 일을 계기로 영찬이는 음식을 조절해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저 영찬이의 남다른 식욕이 대단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영찬이는 진작에 좋아하는 것을 알았고 자신의 재주를 뒤늦게 알아차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족들이 잘 먹는 영찬이를 보고, 먼저 권해줄 수 있었던 먹방 유튜버 활동을 친구 지호가 권해줄 뿐만 아니라 시작을 함께해서 더 좋았던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몸에 변화가 생기고 목소리가 변하고, 깨끗했던 얼굴에 붉은색 여드름이 올라오는 사춘기에는 가족보다 친구가 더 좋은 법이니까(나는 그렇지 않았지만). 영찬이도 사춘기를 겪었을 텐데, 가족의 구박에도 크게 상처받거나 반응하지 않는 점에서 영찬이라는 캐릭터가 동글동글한 성격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나도 영찬이처럼 동글동글했다면 사춘기에 상처를 덜 받고, 갑자기 떠오른 학창 시절을 고개를 흔들어 지우기보다 회상했을 텐데, 하고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뭐 하나 쉽지 않은 세상에서 자신의 재주를 찾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뭔가를 시작한 영찬이와 지호, 세진이의 앞날이 기대된다. 그들이 더 환하게 반짝였으면 좋겠고, 가만히 있지 않고 뭐든 시작했다는 도전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고수’가 되기 위한 첫걸음을 뗀 영찬이는 ‘진정한 먹방 고수’가 되는 그날까지 음식에 대한 애정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곰돌이 푸 숟가락’으로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을 것이다. ‘국자 소년’ 덕분에 지호처럼 입 짧은 친구들이 대리 만족을 느끼거나 음식을 더 맛있게 먹는 사람이 늘거나, 혼밥이 외롭지 않은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예전에 먹방을 보며 밥을 먹는 동생들을 보면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뒤늦게야 동생들이 먹방 영상을 친구 삼아 혼밥을 하던 이유를 어느 정도로 알았다. 혼밥을 하는 나에게 예능 영상이 친구였던 것처럼 사춘기를 보내고 있던 동생들에게 먹방 영상은 친구 그 이상이었던 것 같다.
이 세상에 쓸데없는 재주는 없다고, 작고 큰 재능들이 모여 언젠가 더 멋진 나를 만들어 줄 거라는 작가님의 말에 살짝, 울컥한 걸 보니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말인 것 같다. 재주, 재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을 갖고 있지 않고 어릴 때 칭찬받았던 것들이 어른이 된 지금은 아무 쓸데 없고, 쓸모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눌려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는데 작가님의 말에 철푸덕-, 넘어져 그동안 편히 내쉬지 못한 숨을 내쉬니 살 것 같다. 아이들만 읽는 장르라고 생각했는데, 동화는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읽어야 할 것 같다. 어른이 된 순간, 아이였던 시절을 쉽게 금방 잊힌다. 잊었다는 것도 한참 후에야, 그리고 어린 날의 내가 가장 솔직했고 진심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에야 알게 된다. 잘 먹는 재주를 가진 영찬이처럼 내가 보기에 진부한 것 같은 나의 작은 재주들이 언젠가 더 멋진 나를 만들어줄 거라고 믿어야겠다. 한 번 시작된 의심을 끊기 힘들지만, 내가 아니면 끊을 수 없는 것이다. 나를 위해서, 더 멋져질 나를 위해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의심과 제자리에서 하는 고민은 멈추고, 영찬이처럼 일단 시작하는 것이다. 시작하면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도 있으니까. 고민한다고 나올 답이었으면 진작에 나왔을 것이다. 고민보다 Go! 그러고 보니 영찬이는 고민보다 Go를 선택했다. 정말 멋진 아니다. 먹방의 고수 이전에 Go의 고수가 아닌가!
◎ 이 책은 서평 부탁을 받아 ‘북멘토’ 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D
◎ 너무 잘 읽었습니다. 영찬이와 지호, 세진이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춘기 시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라서 공감도 되고 꼭 어린 시절 한참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혼자 끙끙, 앓았던 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자녀를 보고 있으면 한숨이 나오고 답답한 부모님들이 읽어도 좋고, 자녀들에게 추천해도 좋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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