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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2 (무선)
  • 나태주 엮음
  • 12,600원 (10%700)
  • 2025-03-05
  • : 155

詩의 손짓, 부름 그리고 오늘 내일

나태주 엮음,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2』(앤드)

 


나태주 시인의 이야기는 언제나 다정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겨울에 주황빛 조명이 공간을 아늑히 비춰주고, 따뜻한 공기가 나를 감싸고 은은하게 퍼지면서 닿지 않는 곳이 없도록 닿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받는 詩인이면서 내가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詩인이다. 나태주 시인을 만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고, 행복한지 모르겠다. 그때가 아니라도 반드시 만났을 거라는 확신마저 드는 인연인 것 같달까. (풀꽃 시인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다)


나태주 시인의 마음을 울린 103편 詩의 축복. ‘좋은 시에는 신이 주신 문장이 들어있다.’라는 띠에 박힌 이 한 문장은 처음 읽자마자 내 마음과 머릿속에 박혔다. 그렇다. 좋은 시에는 신이 주신 문장이 있기에 詩 한 편으로 인생이 달라지는 사람을 종종 본 적이 있다. 나 또한 詩를 통해 인생이 완전히 뒤바뀌는 상상을 하곤 한다. 꿈 같은 일이다. 詩를 읽고 필사하고, 詩에 담긴 이야기를 나름대로 해석하고 의미를 찾아보는 시간은 아주 특별하고도 다정한 시간이다. 나열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다. 그 시간을 선물해 준 나태주 시인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모든 詩가 마음을 울렸지만, 특히나 내 마음을 울린 詩들이 몇 편 있었다. 그리 길지도 않은데, 자꾸 내 마음을 붙잡고 놓아 주지 않는 詩들 덕분에 시가 무엇인지, 시의 세계가 얼마나 광활한지 새삼 깨달았다. 나태주 시인의 마음을 울린 시들이 내 마음을-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도 마찬가지 아닐까?-울린 걸 보니 시인과 내 마음이 닮은 게 아닐까 싶다. 나태주 시인의 詩는 냉정하고 차갑고 빠르게 돌아가는 오늘날에 어울리지 않게 만개한 어여쁜 꽃 같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그 꽃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고, 그 꽃을 보러 가기 위해 시간을 낸다는 점에서 나태주 시인의 詩는 우리에 위로, 공감, 사랑, 웃음, 행복 그리고 희망을 품게 한다. 103편의 詩도 그렇다. 어려운 단어나 표현 없이, 그렇지만 현실에서 직접적으로 자주 쓰지도 않는 단어와 표현을 통해 우리를 위로한다. 이 詩들을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詩인, 작가들이 나보다 먼저 세상을 보고 듣고 느껴서 얼마나 다행인가. 내가 그들이 남긴 글을 읽고 밑줄을 긋고, 내 이야기를 덧붙이며 다친 마음과 기억에 위로를 받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으니 말이다. 그렇게 다른 작가들의 책은 솔직해서 어여쁜 수많은 일기장이 되었다.


詩인들도 다른 詩인의 작품에 대한 애정을 스스럼없이 들어 내는 것이 새삼 놀랍고, 신기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태주 시인이 그러니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나태주 시인이 아니었다면 시간을 들여 찾아보고 읽어보지 않았을 전 세계 곳곳에서 피어난 詩들을 만날 수 있는 이 시간은 선물이다. 선물은 서로를 생각하며 고민하고 준비한 끝에 떨리는 마음과 미소를 덧붙여 주는 것이다. 그 선물을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행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나태주 시인은 이 책을 쓰면서 103편의 詩를 읽고 또 읽으며, 詩 옆자리에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이며 읽는 독자가 詩와 다정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같이 경험과 감정을 공유했다. 나와 다른 삶을 살았지만, 詩와 나태주 시인의 이야기, 그리고 나까지 모두 통했다. 출발점이 모두 달랐지만 결국 만났다. 때로는 힘겹고 때로는 즐거웠던 여정 끝에 만난 이들이 詩와 내가 애정하는 詩와 시인이라면 기꺼이 그 여정을 다시 선택할 수 있다. 여정이 곧 삶이라는 것을, 詩가 말해줬다.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이 책의 제목 정말 잘 지었다. 방향을 제시하고, 얼핏 냉정하게 들릴 수 있지만 참 다정하다. 나태주 시인의 포근한 미소가 제목 위에 선명하게 떠올라 머릿속에 그려진다. 가끔 이대로 살아도 되는 걸까, 삶을 축내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정도로밖에 살지 못할 거면 가능만 하다면 다른 누군가에게 남은 시간을 알 수 없는 내 생을 전부 주고 싶다, 등등 삶에 미련이 없는 수많은 문장을 되뇌며, 날카로운 화살촉을 나 자신을 향해 겨누고 화살을 날릴 때가 많았다(지금도 그렇다). 그런데 103편 詩가 나보고 살라고 한다. 나에게 살아도 좋다고 한다. 살라고, 그저 살아주기만 하라고 한다. 삶의 벽에 부딪혔을 때, 언제나 몸을 웅크려 혼자가 되어 사라지기를 선택하며 내가 만든 지하로 발걸음을 옮길 때 누구 하나 내 손을 잡아 돌려세우거나, 같이 있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소설, 동화, 에세이 그리고 詩는 나를 붙잡았다. 뿌리치고 지하를 향하면, 입구에 멈춰서 멀어지는 나를 보고만 있지 않고, 아무 말 없이 내 걸음을 맞춰 같이 걸어주었다. 언제 어디서나 변함없이 나를 기다려준 ‘유일하게 경계 없이 묶어 놓은 수많은 마음을 풀어 놓을 수 있는 ‘나의 전부’’이다. 종종 생각한다, ‘책이 없었다면 나는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했을까?’하고. 책과 한 모든 순간은 언제나 환하고 완벽했다. 책을 놓을 수 없는 이유면서 책과의 관계가 단단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책은 나의 과거였고 현재이고, 미래일 것이다.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에게 넓은 품을 아무 조건 없이 내어준 책에게 고맙다.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2』. 곱씹을수록 너무 좋다. 누군가의 삶에 관심 가지는 것이 오지랖이거나, 그럴 여유가 없기에 오는 외로움을 모두 갖고 있다. 막상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나 기분, 감정은 순간 머물다 지나가는 바람과 같고, ‘남들도 다 똑같은데.’라며 속에 쌓아둔다. 쌓일 공간이 없으면, 그때는 아무 일도 없어도 눈물이 난다. 내 몸에 있는 물이 전부 빠지는 것처럼 끝도 없이 나온다. 내 몸에 물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만큼. 사람도 하지 못하는 일-근데 詩는 인간의 펜 끝에서 탄생하는데?-을 詩가 해낸다. 103개의 축복을 아무 조건 없이 받았고, 나보고 살라고 하니 열심히 살아봐야겠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밥 먹듯이 생각하는데, 실은 나는 누구보다 더 살고 싶었는지 모른다. 죽을 용기는 무슨. 죽을 생각조차 없었으면서 생각만 죽고 싶다는 구간에 정체되어 있을 뿐이다. 코끝이 찡-, 한 울림을 선물한 103편의 詩를 알려준 나태주 시인께 정말 감사드린다. 덕분에 비어 있던 <좋아하는 시인> 목록 칸이 오랜만에 북적북적, 하다. 자주 꺼내볼 詩, 자주 내 글씨로 따라 써볼 詩들을 만난 건 행운이다. 행운을 거머쥔 내 삶이 앞으로 틈틈이 詩를 향해 눈짓하길 바랄 뿐이다. 특별한 인연은 없다. 언제가 되었든 만날 인연이었고, 생각보다 이르게 만나면 우리는 특별하다는 반짝이는 표현을 가져다 붙이는 것이다. 그렇게 나도 詩와의 첫 만남을 정의했다. 틀린 말도 아니다. 혼탁한 나의 삶에, 아니 우리의 삶에 단비를 내리고 무지개를 피우는 詩는 ‘밤하늘을 비추는 달이 외롭지 않게 뒤에서 재잘거리는 별들’보다 더 반짝인다. 나의 밤에는, 詩를 사랑하는 모든 이의 밤에는 수많은 詩가 각자의 빛으로 어둠을 몰아내고, 경이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詩가 보여준 세계를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그곳에서 나의 詩를 찾지 않을 이유도 없다. 시가 나에게 살라고 손짓했으니, 그 부름에 응답할 것이다. 살겠다고, 살아보겠다고. 덕분에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고.

 


★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넥서스’에서 받았습니다:D

 

◎ 나태주 詩인님, 책 너무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신이 주신 문장이 들어있는 좋은 詩’를 알게 되었어요. 매일 1편씩 필사하며,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시가 나에게 살라고 했어요. 정말 놀라운 일이지요. 그래서 시의 부름에 응답하려고 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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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은 없다」(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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