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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날 문이 사라졌다
  • 김은영
  • 12,150원 (10%670)
  • 2025-02-04
  • : 20,565

‘문’은 언제나 나와 가까이 있었다.

김은영 글, 메 그림 - 『어느 날 문이 사라졌다』(문학동네)(제2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어느 날 문이 사라졌다’라는 제목에 훅-, 끌려 가볍게 펼친 책이었는데 심사평까지 읽고 책장을 덮고 나니 뭔가 한바탕 세게 몰아친 기분이다. 한 번도 집에 문이나 창문이 사라진다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참신한 발상으로 다가왔다. 그 발상에 이어져 참신한 스토리를 기대했다. 오히려 나의 기대와 달라서 참신했고, 울림 있었다.


누나 해리와 동생 해수, 남매가 집에서 조난을 당하면서 벌어지는 스토리! 언제나 안식처가 되어주는 ‘집’에서 조난을 당하다? 하루아침에 수없이 드나들었던 문이 사라지고 창문까지 사라졌다? 꿈이 아닌가? 현실이다! 남매의 좌충우돌 집 안 조난 탈출기! 문과 창 없는 집 안에서 남매가 할 수 있는 일은 자기들을 구하러 올 엄마를 기다리면서 안전히 지내는 것! 가장 이상적이고 쉬운 일이지만 그러기에는 집 안에 갇혀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 생각지 못한 상황에 부딪히면서 해리와 해수는 그동안 누렸던 일상들의 그리움을 느낀다. 엄마의 잔소리, 학교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떠들던 시간 등등. 다소 무거운 상황에서 독자가 풉-, 하고 웃음을 터트릴 수 있던 건 해수의 천진난만하고 솔직한 언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각한 상황에서 영상을 찍어 올리고(<안했슈 TV> 채널), ‘울고불고 난리 안했슈!’와 같이 상황을 재치 있게 표현하는 해수의 말들이 상황을 유하게 이끈다. 독자가 해수의 천진난만함에 웃음을 잃지 않는 것처럼 ‘누나로서 동생을 잘 돌봐야 하고, 이 상황을 잘 버텨야 한다는 책임감이 큰 해리 또한 안 싸우면 오히려 서운한 동생 해수가 없었다면 이 상황을 잘 넘기지 못했을 것이다. 해리와 해수는 영상을 통해 본인들이 처한 상황을 전하면서 영상에 달린 엄마(해바라기)의 댓글을 읽으며 하루하루 버틴다. 엄마가 항상 챙겨주고, 해줬기에 할 필요가 없던 일들을 하나씩 해본다. 음식을 해 먹고 엉망진창이 된 집을 치우고, 화장실 청소를 하고. 어질러진 집을 보고 청소를 안 할 수가 없던 것이다. 해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느낀다. 서로 다투기도 하지만 의지하면서 한 달이라는 짧다면 짧지만, 문과 창문 없는 집안에서는 길었을 시간을 보내던 해리와 해수는 탈출할 결심을 한다. 해리는 진작에 집에서 나갈 수 있는 문을 발견했다. 하지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문을 보지 않으려고 했다. 두려움이 ‘있는 문’을 없애고, ‘볼 수 있는 문’을 모두 가렸다. 해리는 결국 문을 열고, 나가기로 결심한다. 결심하고 탈출이라는 문턱에 선 순간까지 복합적인 감정이 해리의 마음을 괴롭혔을 거라고 짐작만 해볼 뿐이다. 해리는 엄마가 구하러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지만, 문을 열기로 ‘선택’한 것이다. 즉, 용기를 내어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간 것이다. 그렇게 해리와 해수는 전래동화 <해님과 달님>에 나오는 오누이와는 다른 결말로 마침표를 찍는다. 밤을 무서워하는 여동생 대신 달님이 된 오빠와 해님이 된 여동생과 달리, 해리와 해수는 완강기를 타고 내려와서 ‘문’을 통해 조난 상황에서 벗어난다. 생각지 못한 상황과 부딪치면서 만난 ‘해볼테냥’과 ‘해병이’가 남매의 조난 상황에서 숨구멍이 되어주었다. 선화(남매의 엄마)는 ‘살아 있는 것은 강하다’고 했다. 맞다. 살아 있는 것은 강한 힘을 갖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견뎌낼 수 있도록 힘을 준다.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살아 있는 존재들의 힘을 해리는 순간순간 느낀다. 이 상황이 아니었다면 절대 만나지 못했을 인연, 감정이 아니었을까. 사방이 벽으로만 된 집 안에 있기보다 탈출을 선택한 용기 있는 남매에게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였다면, 식량을 파악하고 길어질 조난을 예상하며 계획을 세울 것 같다. 그러다 너무 길어지면 남매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혼자 지내는 것을 좋아하고, 집에 있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고 해도 지금이 몇 시인지, 날씨가 어떤지 알 수 없다면 마음이 팔짝팔짝, 뛰며 답답할 것 같다. 해리와 해수보다 용기 있는 선택을 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긴 하지만.


‘집’이라는 공간은 항상 안식처였는데, 집에서도 조난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세상에 영원한 안식처가 될 수 있는 공간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건 ‘마음’이 결정하는 것이다. 내가 문이 없다고 생각하면 없고, 있다고 생각하면 있는 것이다. 하루에도 몇십 개의 문을 만나지는 모르겠다. 내가 못 보고 지나친 문은 또 얼마나 많을지. 문은 언제나 있고, 그 수많은 문은 내가 열 수 있다. 문 뒤로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문을 가리거나, 문을 열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문을 열어서 후회하기도 하겠지만, 문을 열었다는 것만으로도 한 뼘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두려움 때문에 열지 못한 문, 문 앞에서 고민만 하다 뒤돌아선 나를 보고 문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렇게 멀어져 가는 나를 보고 희미해져 가는 문은 내가 얼마나 안타까울까? 지금까지 살면서 조난이라고 칭할 만한 일이 내게 일어나지 않았다(얼마나 다행인가). 하지만 만약 조난 상황이 일어난다면 해리와 해수처럼 용기 있는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어찌저찌 피했지만, 이제는 상황을 정면으로 마주 보고, 나의 선택을 통해 상황을 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완강기를 타고 내려온 남매는 문 하나가 철컥, 열면서 아파트를 청소하는 할머니를 만난다. 탈출에 성공한 것이다! 남매의 탈출 후, 바로 엄마의 품에 안기는 장면이 아니라는 점이 특별했다. 엄마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는 ‘문’으로 들어가서 엄마에게 안기는 장면은 정말 좋았다(할머니가 아니라 아래층 할아버지였다면 뭔가 더 뭉클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엄마와 남매는 또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집안에 갇힌 남매 소식으로 시끌벅적했던 세상은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다른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소식’을 뒤쫓아 돌아간다. 정말 현실적이다.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남매가 겪은 일은 반복되는 일상 중, 특별한 순간 중 하나가 되고 ‘훗날 이랬지.’라며, 회상할 수 있는 추억(조난에 추억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지만, 내 마음에 드는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했다)으로 남는 것이다. 우리는 안남매처럼 생각지 못한 일들을 종종 경험한다. 그 순간에는 겪고 있는 순간이 끝날 것 같지 않고 힘들지만, 영원한 것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시간은 고이지 않고, 항상 일정한 속도로 흘러서 ‘우리’를 전과 다른 ‘우리’로 데려다 놓는다. 냉정하게 흐르기만 하는 시간이 얄밉고 원망스러울 때도 있지만, 계속 흘러줘서 다행일 때가, 내게 오히려 좋을 때가 많다. 늘 탓하기만 했는데, 시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문을 열 용기를, 내가 그동안 안 보거나 못 본 문들이 많다는 것을 남매의 특별한 사건으로 알려준 김은영 작가님과 남매의 특별한 사건에 더 몰입하여 읽을 수 있도록 생생하게 그림을 그려준 메 작가님에게 감사하다. ‘어느 날 문이 사라졌다.’라는 제목이 ‘문은 언제나 있었다.’로 바뀌었다. 뭔가 마음에 수많은 문들이 끼익-, 하고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 소리에 반응하듯 심장이 조금씩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문은 늘 나와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며, 나의 의지와 용기만 있다면 열 수 있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고, 새겨야겠다. 이제는 나를 기다리고 있을 문을 지나치지 않고, 두려워도 한 번쯤은 눈 딱! 감고 열어서 문턱을 넘어봐야겠다!

 


★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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