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하는 지식인의 아우라'
프롤로그에 1939년경 파리 국립도서관에서 자료를 찾아보고 있는 벤야민의 사진이 실려 있다.
앞에 기록카드를 수북이 쌓아놓고 한 손으로는 카드를 넘기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곧바로 메모할 준비를 갖추고 있는 자세, 입은 다문 듯 보이고 표정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매우 진지할 것 같다. 진지할 것만 같은 아우라가 물씬 느껴진다.
이것이 사유하는 지식인의 초상일까. 적어도 이 책에서 따라가고 있는 벤야민의 이미지를 매우 잘 반영하고 있는 사진이자 표지라는 생각이 든다.
제목 그대로 벤야민의 공부법을 다룬 책이다. 다만 그리 단순하거나 익숙한 '공부법'은 아니다.
그가 삶과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았고, 구체적인 실천수단이자 도구로써 어떻게 '글쓰기'에 임했는지를 엿보고 있다. 과정에서 '베를린의 유년시절'과 '아케이드 프로젝트', '일방통행로' 등을 포함해 그가 쓴 글들이 자연스럽게 인용된다.
벤야민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는 경우 좀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의 '공부법'이 궁금한 독자라면 충분히 읽어볼 만한 책인 것 같다. 아, 아주 큰 틀에서 저자가 말하는 그의 '공부법'은 결국 사회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태도와 관련된 것이다.
역사를 공부하는 독자로서 하나 덧붙이자면, 역사가는 연대기적 연속성을 거부하고 오히려 그것을 파괴해야 한다는 것, 역사가 의미 있는 것은 단지 축적된 과거의 사실들이기 때문이 아니라 현재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으로 지금-여기의 삶에 간섭하기 때문(p.138)이라는 구절이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