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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terfjj님의 서재
  • 중종의 시대
  • 계승범
  • 16,650원 (10%920)
  • 2014-07-28
  • : 571

역사를 좋아하지만 조선시대에 관한 책을 읽은 것은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책 제목 첫인상은, 얼핏 평범한 듯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책 표지와 속지 곳곳에서 등장하는 조선은 어떻게 유교국가가 되었는가, 라는 일종의 부제에 비해서도 또 학술서 제목도 굉장히 섹시(?)하게 뽑는 요즈음 경향과 비교해도 중종의 시대라는 제목은 분명 얌전하다. 그렇지만 또 달리 생각해보면 조선 11대왕 중종을 전면에 내세운 책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조선시대를 잘 모르는 본인은 연산군과 선조에 대해서는 조금 들어봤어도 그 사이의 중종, 인종은 상대적으로 낯설었고, 그 점에서 이 책 역시 낯설었다.

저자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한 분이다. 그래서인지 책 내용도 내가 알고 있던, 교과서적인, 조선시대 이해에 대한 뚜렷한 비판과 독특하고 참신한 해석이 인상적이었다. 16세기 전반 조선왕조가 겪은 유교화과정을 한국 문명의 전체역사에서 조망해야 한다는 관점이나 곳곳에서 이를 현대한국의 민주화과정과 비교하는 서술이 우선 그러했다. 국내 국사학계의 최근 연구경향이 아무래도 세분화되고 있다고 한다면 분석의 정확성/적절성 여부와 별개로 미시적인 연구대상을 거시적/통시적으로 확장하려는 문제의식은 필요한 부분일 것 같다.

저자는 14세기 말 조선왕조의 개국이 말 그대로 하드웨어적인 것이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의 소프트웨어를 갖춘 것은 16세기 초 중종 시대였다고 주장한다. (이는 조선시대를 보통 양난을 기준으로 전후기를 나누는 기존 시대구분론을 비판하는 이른바 '조선 중기론'과도 맥이 닿아 있는 주장이다)  그리고 그 내용을 왕위계승, 사대정책, 소중화 인식, 사림운동 등으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학계에서도 논란과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만큼 참신하고 자기주장이 뚜렷한, 트렌디한 책이리라는 생각이다. 그러면서도 일반 독자들도 큰 불편 없이 술술 읽을 수 있도록 평이하게 서술한 것은 책의 장점이다. 조선시대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위에 적은 내용 외에도 훈구/사림이라는 기존 도식에 대한 문제제기나 조선왕조의 자주성을 얘기할 때 꼭 나오는 대명 사대관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문제, 그리고 중종반정을 중종'정변'으로, 임진왜란을 임진'전쟁'으로 부르는 용어에 대한 고민까지 생각할 거리가 적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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