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독특한 인상을 주는, 두툼한 책이다. 일본 근대사를 전공한 하종문 선생의 저작인데 ‘역사기행으로 읽는 일본사’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기행(紀行) 안내서와 역사서, 얼핏 상반된 두 정체를 모두 지향하고 있다.
1부 <답사로 찾는 일본>은 북쪽 홋카이도부터 남쪽 오키나와까지(여기에 중국,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 일부 추가) 각 지역에서 들러볼 만한 탐방지(또는 관광지)를 그에 얽힌 역사 이야기를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고, 2부 <역사로 읽는 일본>은 말 그대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일본 역사의 큰 흐름을 개괄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를테면 1부 미야기현 항목에서는 오사키시 후루카와의 ‘요시노 사쿠조 기념관’을 소개하면서 근대일본 민주주의의 아버지라 불리는 요시노 사쿠조의 민본주의와 행적을 서술하고, 덤으로 그 근방에 있다고 하는 나루코 온천을 언급하고 있다. 교토 옆 시가현 항목에서는 ‘귀실신사’를 중심으로 이 지역에 남아 있는 고대 백제 도래인 마을을 소개하는 식이다. 2부에서는 고대-토지, 중세-무사, 근세-신분제, 근현대-민주주의라는 핵심어를 중심으로 일본사를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한 것이 특징이다.
한일 근대역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만주사변의 핵심인물이었던 이시하라 간지라는 이름을 접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정력적으로 활동했던 동아연맹을 통해 해방 후 민단 단장을 역임한 조영주와 인연이 있었다든지, 조영주는 가라데를 통해 최영희(최배달)과 사제관계를 맺었었다는 등의 역사의 뒷이야기는 전공자가 아니면 쉽게 접하지 못했을, 그러나 재미있는 이야기들이다.
일본통을 자처하는(!) 소수의 독자층 정도를 제외한다면 일본 여행을 즐겨하는 사람, 일본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 한일관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 어떤 독자층에게도 상당히 매력적인 책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