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일 병합(대한제국 패멸)부터 최근의 한일 문화교류와 독도를 둘러싼 갈등까지 말 그대로 근현대 한일관계를 아우른 개설서이다. 좋건 싫건 일본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또 여러 면에서 닮은 이웃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말마따나 20세기 한일관계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서는 극히 부족하다. 식민지기를 전공한 역사학자가 저술한 이 책은 주제별로 학계의 연구성과를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읽기 쉬운 대중 개설서를 지향했다. 때문에 책을 처음 접했을 때 그 자체로 기쁘고 반가웠다.
책은 크게 식민지기의 한일관계, 한일회담, 재일조선인(재일한인), 현대 한일 경제 및 문화 역사문제, 여섯 가지 주제를 포괄하고 있다. 주제 하나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고 또한 역사적이면서도 시사적인 주제들이기도 하다. 근현대 굳이 구분을 하자면 근대보다는 해방 후의 현대 한일관계가 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각각의 주제 또는 논쟁점들의 개요와 골자를 균형잡힌 시각에서 전달하고자 했다는 느낌이 든다. 식민지기 유산의 단절/계승/극복의 문제라든지 역사의식/경제적 측면에서 한일회담의 평가 여하, 한일 경제교류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 등을 골고루 언급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일관계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물론 보다 학술적인 관심을 가진 독자를 위해서도 길잡이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현재 한일관계의 원점이 1965년에 체결된 한일협정이라고 한다면 한일협정(회담)에 대한 평가는 이후의 한일관계에 대한 평가는 물론 앞으로의 전망과도 연결되는 문제이다. 책에 서술되었듯이 한일회담은 과거사 인식의 측면에서는 부족함을 남겼지만, 한일관계 정상화를 통해 경제적 성장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다, 라는 정도가 일반적인 평가인 것 같다. 앞으로 이러한, 어떻게 보면 절충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이러한 시각을 넘어서는 게 가능할까? 이 책은 이런 의문 또한 독자에게 던져주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