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비의 <20세기 한국사> 시리즈 신간이 출간되었다. <일제 침략과 대한제국의 종말>, 이번에는 대한제국 시기이다. 기존 5권의 시리즈가 출간되는 동안 정태헌 선생의 <문답으로 읽는 20세기 한국경제사>를 제외하면 모두 해방 이후의 현대사였기에, 이번 신간은 근대사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에게 더욱 반가울 것 같다.
저자는 대한제국 정치사를 전공한 서영희 선생이다. 선생이 박사학위 논문부터 꾸준히 천착해왔던 주제이니 만큼 이 주제의 대중서를 집필하기에 가장 적합한 분 중에 한 분이리라 생각한다. 실제 내용 역시 편안히 읽히면서도 중간 중간 좀 더 깊은 주제를 다룬 스페셜 테마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느낌이다.
책머리의 부제는 ‘망국 책임론을 넘어서’이다. 책의 기본 문제의식을 말해준다. 우리는 대한제국 시기의 정치사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1904년 한일의정서 고문정치, 1905년 을사조약 외교권 강탈, 1907년 한일신협약 차관정치 식으로 주요 사건을 기계적으로 암기하고 있진 않았을까. 혹 그 와중에 대한제국의 역사를 점차 국권을 상실해가는 망국의 역사로만 치부해버리진 않았을까. 저자는 이와 같은 모든 선입견을 비판한다. 식민지화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도, 그럼으로써 보다 엄정한 시각으로 이 시기의 역사를 가늠하기 위해서도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한 이해는 필요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저자는 이 시기 대한제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정치적 변동을 겪었는지를 중점을 두어 서술했다. 일제 통감부는 대한제국의 저항과 대응에 따라 어떤 식으로 통치권을 장악해갔는지, 고종과 근왕 세력은 당면한 위기를 어떻게 인식하고 대처하고자 했는지, 그 외에 친일 내각이나 일부 개화 정객, 권력 지향적 계몽운동 세력들은 병합과 자치 사이에서 어떤 행보를 보였는지 등이다. 이를 통해 저자는 좀 더 역동적이고 절절한 대한제국의 역사상을 그려내고 있다. 교과서 수준의 지식을 넘어, 이 시기 역사에 좀 더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다만 다소 아쉬운 점을 지적하자면 저자는 책머리에서 일제를 포함한 각 정치주체의 동향을 서술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고종과 일제, 두 주체의 서술에 집중된 감이 없지 않다. 예컨대 이 시기 국내 정치세력이 어떻게 나뉘어 있었는지, 反고종 세력 중 양반 가문과 하층민의 신분적 구성·구별은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해 이 책만 읽어서는 정확히 이해하기가 어렵다. 병합 직전의 동향은 서술되고 있지만 단지 표면상의 동향을 정리하고 있다는 느낌이며 고종에 대한 서술처럼 행위의 배경과 목적, 과정 등을 아우르고 있지는 않다. 또한 대중서이지만 내용 이해를 위해 중요한 용어들은 간략하게라도 부가설명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146쪽, 이완용에 대해 정동파라는 설명이 예이다. 정동파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구성 인물은 누구이며 어떤 성향인지 등이 간략히 추가된다면 이 시기 정치세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