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비평이 기획한 역사교양서 〈20세기 한국사〉시리즈 중 다섯 번째로 《북한의 역사 1·2》가 발간되었다. 1960년까지를 다룬 1권은 남북 현대 정치·경제사 전공의 김성보 선생이 집필했고 1960년 이후 최근까지를 다룬 2권은 북한 정치사를 전공한 이종석 선생이 집필했다.
2007년 이승만과 박정희 시대에 대한 책이 나온 뒤 한동안 뜸했던 〈20세기 한국사〉시리즈가 최근 다시 활발히 간행되는 추세인 듯싶다. 얼마 전 1980년대에 대한 책이 나와 시기적으로는 얼추 해방 이후 1980년대까지의 남한 현대사를 아울렀다고도 할 수 있는 시점에서 이번에는 북한에 대한 책이 나와 매우 반갑다.
먼저 이 책이 가진 장점은 북한 현대사에 대한 본격적인 대중서라는 점에 있다. 사실 지금까지 북한의 역사는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TV, 잡지 등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되는 북한의 실상은 굉장히 편협하고 극히 일부분의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이념의 색안경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반면 전문 연구자들의 연구서도 많이 출판되었지만 이 경우는 굉장히 전문적이고 어려워서 북한에 어지간히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한다. 기실 북한 역사에 대해 좋은 참고가 될 만한 기존의 대중서는 <북한 50년사>정도 외에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비평에서 나온 이번 책은 우선 북한사의 권위자라 할 수 있는 김성보, 이종석 두 분이 각각 자신의 주된 연구시기를 나눠 맡아 집필한 것이 돋보인다. 또한 내용 면에서 기존 학계의 연구 성과를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매우 체계적이고 이해하기 쉽게 서술된 점도 장점이다. 1권과 2권의 구분은 사회주의 체제의 형성기와 이후 본격화 단계이다. 특히 1권은 사회주의 체제 형성기를 인민민주주의사회로 칭했다. 이를 통해 북한이 처음부터 오늘날과 같은 사회주의 단계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민족주의자, 사회주의자가 공존하는 가운데 어떤 발전경로를 거쳤는지 확인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며 남한과 다른 북한의 발전경로를 확인할 수 있어 흥미롭다. 특히 분단 직후 남북 체제가 정비되기 까지, 남북은 비슷한 여건에서 반제반봉건이라는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었다. 친일파 청산 문제나 토지개혁 문제가 그것이다. 책에는 그러한 내용들이 잘 실려 있어 남한과 다른 북한의 처리양상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최근 남북관계는 핫라인마저 끊긴 최악의 경색관계라 한다. 북한과의 정부·민간 교류가 단절된 채 편의에 의한 간헐적 접촉만 유지되는 모양새다. 북한의 역사에, 현재의 모습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보도를 통해 들려오는 식량위기나 후계문제와 같은 표면적 측면을 단순한 가십정도로 여길 게 아니라면, 북한 형성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 점에서 이 두 권의 책은 적절한 참고서적임에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