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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htt님의 서재
  • 힐링 스페이스
  • 에스더 M. 스턴버그
  • 16,200원 (10%900)
  • 2020-04-10
  • : 212

내가 어디서 어떻게 있을 때 마음이 편하고 건강을 되찾는지에 관해, 정말 다방면에서 접근하는 책이다. 지금 같이 온 세상에 위기가 오고 나니, 진작에 눈길을 보냈어야 할 주제가 아닌가 싶다. 요즘같이 어디 잘 나가지도 못하고 이 세상이 어떻게 되는 걸까 불안해하며 바깥 공기를 그리워하는 시점에 읽기 참 적절했다. 간만에 묵직하지만 빠르게 읽었다.

 

난 건축 분야는 잘 모르지만 마음과 관계, 치유에는 관심이 많다. ‘신경건축학’이라는 분야가 태동하고 우리나라에 소개된 지도 십 년 가까이 되었다는데, 사실 공간과 사람의 관계는 문명이 생겨난 이후로 내내 존재하고 변화해온 역동적인 영역일 것이다.

 

‘공간’보다는 ‘부동산’이, ‘치유’보다는 ‘소유’가 아직은 기세등등한 우리나라에서, 나를 비롯해 대다수 지인들이 사는 곳은 ‘아파트’다. 생각해 보면 참 유별나다, 또는 무섭다 싶을 정도로 획일적인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산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자기만의 로망이 구현되는 독특한 주거공간을 향한 갈망도 커지는 것 같다. 집을 찾아주는 TV 프로그램, 별스타그램에 펼쳐지는 1인가구를 위한 공간, 패션잡지에 실리는 유명인들의 공간, 여행잡지에서 보여주는 외국의 독특한 장소들을 보면서 행복과 치유를 향한 욕구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시대가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 안의 욕구를 하나하나 되돌아본 기분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 내가 다니는 직장, 내가 아침저녁으로 이용하는 대중교통 시설과, 내가 언젠가 찾아가서 삶의 동력을 얻었던 여행지들... 지금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전례 없이 가혹한 공간의 제한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좀 더 지적이고 흥미를 추구하는 차원에서 보자면, <힐링 스페이스>는 사람들의 치유와 행복감에 공간이 어떻게 은밀하고 다각적으로, 깊숙이 개입하는지를 매우 다양한 높낮이에서 입체적인 시각으로 조명한다. 스케일 면에서는 우리의 두뇌에서 시작해 몸뚱이, 집, 정원, 병원이나 공연장, 공원, 교회 등 여러 가지 시설, 도시, 자연을 포함한 세계 등 점점 커지면서 공간에 대한 관점을 훑는다. 분야로 치자면 뇌과학, 심리학, 의학/생리학/면역학, 그리고 (당연히) 건축학, 도시설계학 등을 종횡무진하며 초기의 역사와 연구 사례들을 살펴본다.

 

가장 흥미로웠던 얘기는 ‘미궁’ 이야기였다. 몇 년 사이 ‘명상’에 대한 관심이 커졌는데, 처음에 ‘왠 미궁?’ 하다가 이게 명상과 치유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지는 것이 반가웠다. 미로와 미궁이 어떻게 다른지부터 시작해서(미로는 해리 포터 이야기를 예로 들어 쉽게 이해했다. 미궁은 그야말로 하나의 길이 구불구불 돌아가며 한데 뭉쳐 있는 모습이라 보면 되며, 따라서 길을 찾아야 한다는 불안감이 없음), 미궁을 따라 걷는 것이 미로와는 달리 우리 몸과 마음을 어떻게 이완시키며 어떤 효과를 주는지 살펴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걸으면서 생기는 호흡과 맥박의 변동을 명상에 비유하는 것도 납득이 갔다. 또 한편으로는, 유럽의 고대 유적이나 종교적 건물 등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미궁의 모습을 고대의 춤 의식, 천체의 움직임, 종교적 의미 등과 연결해 설명할 때는 살짝 문화사 책을 읽는 기분도 들었다. 어쩌면 이 책은 공간 속 삶에 연관되는 모든 분야에서 ‘치유’로 향하는 흐름을 훑어주는 것 같다.

 

둘 이상의 분야를 융합시키는 교양서들이 많은데, 우리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분야 둘을 엮어 한 차원 더 나아간 내용, 진작부터 관심을 두었어야 했는데 미처 그러지 못했던 내용들을 담아주어 흥미로웠다. 그렇다고 딱 잘라서 ‘이렇게 저렇게 하라’라고 단언하거나 하기보다는 ‘공간에 관한 흥미로운 교양서’로서 새로운 고민을 즐겁게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사실 치유는 늘 진행 중이다. 하루 24시간, 매 순간 알게 모르게 치유가 이루어진다. 살아가고 있다는 바로 그 사실은 우리가 자신의 모든 행동과 외부의 모든 자극에 흔들리고 상처받는다는 것을 뜻한다. 모욕을 겪을 때마다 치유하지 못하면 우리는 결국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 치유는 마치 아래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가려는 것과 같다. 같은 자리를 유지하려면 계속해서 한 걸음씩 올라가야 한다. 건강이 바로 그 자리이고, 치유는 그 자리에 머물기 위해 끊임없이 계속해야 하는 행진이다.
우리는 모두 이 세상의 일부다. 우리를 둘러싼 공간에서 우리는 그 공간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을 형성하기도 한다. 우리는 환경을 집어삼키고 파괴하며, 결과적으로 우리 스스로를 파괴하는 장소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 정반대도 가능하다. 우리는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을 주는 장소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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