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모빌리티’를 소재로 한 연작소설집으로, 정지돈의 색깔이 짙게 배어 있다. 제목과 디자인만큼이나 내용 또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독특한 형식이라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이해하기는 다소 어려웠지만, 동시에 그만큼 실험적이고 창의적이고 앞서 나가는 느낌. 이 글을 난해하고 낯설게 느끼는 나 자신이 너무 틀에 갇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캡틴 아메리카’에 대한 고찰이다. 마블 영화를 열심히 챙겨보면서도 한 번도 관심 가져 본 적 없는 부분이라 참신한 접근이었다. 날거나 순간이동하는 히어로 사이에서 조명되는 캡틴 아메리카의 ‘달리기’는 열등해 보이지만 동시에 인간적이고 역동적이라는 시선이 인상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