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시기별 소설을 살펴보면 흐름이 보인다. 그것은 여성 인권이기도, 소외된 자들의 아픔이기도, 점점 퇴색해 가는 ‘정(情)’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하다. 2020년대에 들어서는 기후 소설(Cli-fi)이 주목받고 있는데, 인플루엔셜에서 문학 브랜드 ‘래빗홀’을 런칭하며 『해저도시 타코야키』를 첫 책으로 선정한 것은 아직까지도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는 증거일 것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일러스트와 독특한 제목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이 책은 기후 변화로 빙하가 모두 녹아 바다로 뒤덮인 지구에서 사는 인류 이야기로, 6편의 소설이 담겨 있다. 돔 안의 해저도시, 그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우리가 발딛고 살아가는 현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미 한번 망해버린 세상에서도 인간은 명백한 고하를 나누고 지배계층은 피지배계층을 핍박하며 살아간다.
한없이 이기적이고 악랄한 인간의 모습에 분노가 끓어오르는 장면도 있었지만, 동시에 한 편에서 깊은 애정과 사랑 또한 피어나고 있었기에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언젠가부터 이 세상에는 비난과 혐오가 만연해졌지만, 우리가 버티고 서 있는 곳은 서로를 향한 따뜻한 ‘연대’임을, 결국 서로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사랑’임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