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국계 미국인 SF작가인 이윤하의 소설이다. 원제는 Phoenix Extravagant. 한국계 미국인 작가가 일제강점기를 모티프로 쓴 소설은 『파친코』, 『작은 땅의 야수들』에 이어 세 번째인데, 이 책은 역사소설보다는 판타지소설에 가깝다. 요새 일제강점기를 소재로 한 책이 많아 식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 책은 판타지가 짙게 묻어나와 신선했다.
이 소설이 일제강점기를 모티프로 했다는 것은 배경지식으로 알고 있지 않아도 누구나 눈치챌 수 있을 만큼 글 속에서 공공연하게 드러나 있다. 화국(조선)의 국기는 붉은색과 푸른색의 태극문양이고, 서구 문물을 수용하여 빠른 발전을 이룩한 라잔에 비해 화국은 쇄국정책을 펼쳐 발전이 더뎠다는 점 등.
유서 깊은 예술품을 파괴시켜 마법 안료를 만들고 그 안료로 그림을 그려 마법을 부린다는 설정은 수많은 SF소설을 읽으면서 한 번도 목격하지도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방식이라 놀라웠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얽히고설킨 서사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익숙지 않고 관계가 복잡해서 지도나 인물관계도가 제시되어 있으면 이해하기 편할 것 같다.
“‘과거’라는 베틀에 ‘판타지’와 ‘SF’라는 씨실과 날실을 엮어 직조한 세계”, “익숙한 폭력과 차별의 틈에서 부지런히 날갯짓하는 건 바로 사랑”, “낙원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날기를 멈추지 않는다”는 조예은 소설가의 평이 인상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