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고 있는 파란모자의 크기는?
바람나무 2021/03/1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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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모자
- 조우영
- 11,700원 (10%↓
650) - 2021-03-15
: 329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걸어가는 두 다리.
누굴까요? 커다란 모자 속에 감춰진 모습이 궁금해집니다.
'사람들이 진짜 내 모습을 본다면 다들 기절하고 말 거야.'
하지만 정말 기절한 사람은 없어요.
파란모자는 파란모자를 쓰고 다니는 것이 답답하고 불편하지만 모자를 벗고 다닐 용기가 없었어요.
파란모자는 다른 사람들과 조금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거든요.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고요? 파란모자와 같은 시기를 거쳐본 저로써는 동의할 수 없답니다.ㅎㅎ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외모가 중요하게 느껴지는 시기도 지나가기 마련이죠.
몸이 커져서 쓰고 다니던 파란모자가 터져버리고 마침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파란모자가 아주 작은 모자를 쓰고도 아주아주 잘 지내고 있는 것처럼요.
물론 파란모자가 잘 지내게 된 데에는 사람들의 반응도 주요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파란모자를 보고 놀라기도 하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기도 하지만 피하지는 않거든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입니다.
또한 먼저 파란모자에게 다가가기도 하죠.
파란모자 속에 숨어있을 때는 다가오는 사람에게 반응을 보이지 않던 파란모자가 자기 모습이 드러나자 사람들과 소통을 하기 시작합니다. 나를 감추고서는 관계가 이뤄지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파란모자는 다름을 예사(例事)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로 인해 괜찮아질 수 있었습니다.
파란모자를 쓰기 전에 그걸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나를 긍정하기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을 파란모자 생각에 가슴이 아팠네요. 돌아보니 커다란 모자를 쓰지 않고 성장할 수 있게 해 준 주위 사람들에게 고마운 생각이 드네요.
'진짜 내 모습'이란 뭘까요?
그저 생긴 외양만을 뜻하는 건 아니겠지요.
그 안에 감춰진 내면까지 포함해야 진짜 내 모습이 아닐까요?
겉모습을 감추는 파란모자뿐만 아니라 내면에 쒸워진 파란모자도 커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잘 돌봐야겠어요.
하지만 아주 작은 모자는 괜찮을 것 같아요. 누구에게나 작은 비밀 하나는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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