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행 전날, 엄마는 파마를 하고 왔다.’ 로 시작하는 이 여행에세이는 캄보디아, 몽골, 보라카이, 독일, 스위스, 브루나이 등등 여러 여행지에서 벌이는 유쾌한 가족의 여행기를 담고 있었다. 이 여행기를 읽는 내내 잊었던 내 감정의 일부분을 들춰내는 듯 했다. 가족에 대해 느끼는 내 오랜 미안함, 고마움, 서러움, 사랑…
여행의 즐거움을 알기 시작하고 혼자 여러 도시를 여행하는 동안 이 책의 저자 ‘새벽보배’님처럼 나 역시 ‘시간이 지날 수록 완벽하게 꽉 찬 기쁨을 비집고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 생겨났고 가족들을 두고 의리 없이 혼자만 호의호식하는 배신자가 된 기분이었다.” (p.14)
그렇게 나는 엄마와 함께 1박2일의 부산여행과 4박 5일의 베트남 호찌민 여행을 다녀왔다. 그 곳에서 일어났던 엄마와 즐거운 시간들, 시행착오와 말싸움, 눈물, 웃음, 행복… 그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들을 이 책에서는 아주 생생한 에피소드들로 이야기해주고 있어서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표정은 수없이 변했으리라.
스카이다이빙을 체험하는 부모님의 아이 같은 즐거운 모습을 읽으며 나도 꼭 엄마에게 이런 즐거움을 선물하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p. 163 - “You are still young!”)
독일에서 일어난 절도사건에 걱정하고 (p.119 - 하지만 독일 한복판에서 나는 어른이 되어야 했다. 내 기준에 어른이란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스스로 감당하고 해결해 나가는 사람이다. 눈물을 찔찔 댄다고 해결되는 일 같은 건 없었다.)
어머니의 사랑스런 러브레터 엽서에 감동받기도 하고 (p. 143에 수록된 사진을 꼭 찾아보시라)
또 사랑꾼 아버지의 산책길 꽃다발에 영원한 사랑을 꿈꾸게 하기도 했다. (p. 291 잠옷 차림에 세수도 못한 채 아빠의 꽃다발을 받아 든 엄마는 꽃송이들 사이에서 이른 아침 산행 이야기를 모두 읽어낸 것 같았다.)
가족여행 선배님들이신 이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면 어떨까 혼자 상상해 본다.
이 유쾌한 가족들의 모습만 지켜봐도 같이 행복해질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