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헤르만 헤세와 빈센트 반 고흐. 문학과 예술의 상징과도 같은 이 이름들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다. 하지만 정작 이들이 나와 같은 한 인간으로서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에 대해서는 딱히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특히 고흐는 자신의 귀를 자른 특이한 천재 화가, 그런데 그림은 너무 좋다 정도의 인상이었고, 헤르만 헤세는 범접할 수 없는 대단한 문호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대단한 그들이 실제로 어떤 삶을 산 사람들이었는지를 들려준다.
이 책을 통해 만난 헤세는 내가 알던 이미지와 많이 달랐다. 그림과 음악에도 재능이 뛰어났고, 성경을 번역할 정도의 대학자인 외할아버지 곁에서 자란 우수한 엘리트였다는 점도 새로웠다. "시인이 되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며 신학교 담을 넘은 열네 살 소년이 어떻게 대문호의 길로 이어졌는지 그 과정이 흥미로웠다. 특히 그는 단순히 글만 쓰는 작가가 아니었다. 정원을 가꾸고 밭을 일구며 자연의 일부로 살았고, 전 세계 독자들에게 일일이 답장하며 직접 그린 수채화 엽서로 안부를 전하던,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애쓴 사람이었다.
그에 비해 고흐에 대한 발견은 더 의외였다. 여태껏 그를 그저 특이한 천재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그의 편지를 읽으며 그가 얼마나 안타깝고 아름다운 사람이었는지 절감하게 된다. 자신과 같은 날, 같은 이름으로 태어나 바로 사망한 형의 묘비를 보며 자라야 했던 유년 시절부터 그의 삶은 안쓰러웠다. 광부들에게 자신의 겉옷을 벗어줄 만큼 깊은 열정을 보였던 전도사 시절의 모습에서도 그가 세상과 사람에 대해 얼마나 순수한 진심을 가졌던 사람인지 새삼 알게 되었다.
하지만 묘하게도 그 진심은 세상과 제대로 맞닿지 못했고, 그 괴리 속에서 스스로를 자책하는 고흐를 보며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유일한 소통 창구였던 동생 테오가 있어 다행이었지만, 형이 떠난 지 6개월도 안 되어 서른넷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테오를 보면 이 둘은 형제를 넘어선 공동운명체가 아니었나 싶다. 그들의 우애가 안타까우면서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결국 헤세는 세상 모든 독자에게 안부를 물으며 스스로를 살려냈지만, 고흐의 안부는 오직 동생 테오라는 단 한 사람에게만 향해 있었다는 점이 차이였다. 헤세가 참 지혜로웠다는 생각과 함께 고흐에게는 연민이 많이 느껴진다. 그에게 "왜 조금만 더 용기를 내보지 그랬어"라고 말해주고 싶기도 하다. 그러면서 나는 이 두 사람 중 어느 쪽인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전혀 몰랐을 헤세와 고흐의 삶을 들여다보고 나니, 그들의 작품이 더 이해되는 것 같다. 고흐의 그림을 더 깊이 있게 볼 수 있을 것 같고, 헤세의 작품들이 더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이다. 이제 어디에서든 이들의 이름과 작품을 만난다면 예전과는 다른, 잘 아는 사람을 만난 기분일 것 같다. 대단한 예술가로서가 아니라 인간 헤세와 사람 고흐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깊은 산책을 한 것 같아 유익한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