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저자의 한 유럽 동료가 한국에서의 1년이 유럽의 5년과 같다며, 저자의 50세 생일을 250세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조금은 웃프게 들리는 이 농담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치열한 ‘고각성 사회’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전쟁 이후 우간다와 같은 수준이었던 나라에서 불과 70여 년 만에 세계적인 경제 대국이 되기까지, 그리고 현재 BTS와 K-문화의 세계적 돌풍까지, 자긍심이 하늘을 찌를 듯하면서도 우리는 속도와 경쟁을 생존 전략으로 삼아 달려왔기에 그 압축 성장의 자부심 뒤에는 잠시라도 방심하면 뒤처진다는 공포와 일상을 지배하는 피로함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김경일의 『마음 트래킹』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조급함이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즉각적인 보상에 익숙해진 결과로 나타난 ‘인내의 붕괴’라고 진단한다. 스마트폰의 짧은 영상조차 끝까지 보지 못하고 넘겨버리는 모습은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니다. 이는 도파민에 길들여져 기다림의 근력을 잃어버린 결과라는 설명이다. 즉각적인 보상에 익숙해질수록 깊이 생각하는 힘은 약해지고, 타인을 배려할 여유마저 줄어든다는 대목을 보니 스마트폰의 폐해가 생각보다 일상 깊숙이 침투해 있다는 사실이 피부로 와닿는다.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라는 경각심이 든다.
특히 수면 부족이 정서 조절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저자는 수면이 전두엽 기능을 유지해 나다운 모습을 지탱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얼마 전 서너 시간밖에 자지 못한 채 모임에 나갔다가, 평소답지 않게 날 선 언행을 하는 내 모습에 스스로 놀란 적이 있었다. 이 대목을 읽으며 그것이 결국 뇌의 에너지가 바닥났기 때문임을 알게 되자, 잠이 이렇게나 무섭고 중요한 것이었나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잠을 조금 덜 자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는데, 이제는 충분히 자는 것이 나를 지키는 가장 기본이자 필수적인 일임을 절감한다.
책은 신체적인 조절을 넘어, 나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것인가라는 더 깊은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나를 직업이나 나이 같은 고정된 이름표(명사) 안에 가두지 말고 내가 무엇을 하고, 어떤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사는지 그 과정(동사) 자체를 나로 정의하라고 조언한다. 이미 정해진 틀에 나를 맞추기보다, 내가 하는 행동들을 통해 스스로를 계속 새롭게 정의해 나가는 태도야말로 변화가 빠른 시대에 나를 잃지 않는 핵심 역량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당장 눈앞의 기술보다 내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먼저 이해하라고 말한다. 잠이 모자라면 날 선 말이 튀어나오고, 스마트폰에 눈을 뺏기면 인내심이 바닥나는 원리를 아는 것만으로도 나를 자책하는 일은 줄어든다. 결국 나를 이해하는 일은 남이 정한 속도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리듬을 지켜낼 근력을 키우는 일이다. 이 책은 그저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에게 잠시 멈춰 나를 들여다보는 법을 차분히 일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