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위해 책을 고르면서도, 그 내용이 어떨지, 혹은 내가 그 책을 좋아하게 될지 전혀 짐작하지 못할때가 많은데, 이 책이 바로 그랬다. 누가 이 책을 추천해 주었는지,내가 어디서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지는 모르겠는데, 하여간 추천목록에 있길래 한번 읽어보기로 하고 빌려온 책. 읽자마자 바로 감동을 먹었지 뭔가...와. 이런 내용이 동화로 나올 수 있다니. 가슴이 환해지는 기분이었다. 내용은 친구들이 모두 다 저 세상 사람들이 되어 버린 덕분에 혼자 남은 할머니. 그녀의 취미는 자신의 주변 모든 것들에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다. 차건 집이건 침대건 의자건 간에...단 거기에는 조건이 하나 붙는데, 자신보다 더 오래 살 것 같은 것에만 이름을 지어 준다는 것.이별을 너무 많이 한 사람답게 그녀는 자신보다 오래 살 것에 대해서만 애착을 갖기로 결정한 것이다. 사물에 이름을 붙이고 친근하게 대하는 것에서 보듯, 그녀는 정이 많은 사람이었고, 알다시피 무언가 익숙해진 것을 망가져서건 아니건 버려야 하는 상황이 오는건 가슴 아픈 일이니 말이다. 그러던 그녀에게 강아지 한 마리가 찾아온다. 배고픈 듯 보이는 강아지가 애처로운 할머니는 그가 올때마다 꼬박꼬박 밥을 챙겨 주지만, 딱 그뿐,강아지에게 이름을 지어주지도 여기서 살라고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강아지가 어느날부터 밥을 먹으러 오지 않자 할머니의 걱정은 이마저만이 아닌데....
조카에게 읽어주었는데, 읽어주면서 함께 왜 할머니는 이렇게 하지 않지? 어떻게 저렇게 하지 하면서 추리 해 가는 과정들이 재밌었다. 할머니는 그 모든 사물들의 이름들을 어떻게 외울까? 왜 그렇게 하시는 걸까? 귀찮은데...라고 하다, 아 그녀가 아는 친구들이 다 죽었다고? 라는 말에 이해가 되었고, 강아지를 예뻐 하면서도 집으로 들이지도 이름을 지어 주지도 않는 할머니를 보면서 그 심정이 이해가 가긴 하지만, 그럼에도 같이 살면 좋을텐데, 라고 한마디씩 했고, 강아지가 나타나지 않자 할머니처럼 그 강아지가 어찌 되었을지 걱정이 되었다. 마지막에 강아지가 럭키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을때는 한마음으로 기뻐했고....좋은 책이다. 동화책이 아이들의 책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이 책을 한번 보시길....모순없이 완벽한 책이다. 어른들이 읽어도 충분히 이해가고 감동 얻을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