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너무나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읽기 전에는, 항상 가슴이 떨린다. 제대로 이해나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에서부터 유명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 테니 얼마나 아름답고 좋은 작품일까...하는 기대감, 거기서 내가 얻을 수 있는 무언가를 생각할 때의 행복감 같은 것들로 인해.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들은 대부분 장편이라서 쉽게 시작할 수 없었다. 언제나 읽고 싶은 리스트에 들어가 있지만 조금 더 후에...후에...하다 밀려버렸다고나 할까.

<우리는 가장 밝은 밤에 헤어졌다>는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유명한 단편, <백야>를 새롭게 제목 짓고 러시아 원문을 넣어 단 한 편으로 완벽한 한 권을 만들어 낸 책이다. 백야, 북쪽에 가까운 여름 밤에 해가 완전히 지지 않고 어스름한 빛이 계속되는 현상이다. 완전한 밤이 없으니 낮과 밤이 잘 구분되지 않고 끝없는 낮만 계속될 것 같은 그 가장 밝은 밤에 두 남녀가 조우한다.
첫 번째 밤부터 네 번째 밤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이 아름다운 단편은, 모두에게 버림받은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어 그 어스름한 밤에 길을 헤매이는 한 남성(이름이 나오지 않는다)과 오랜 기간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기다려 왔지만 더이상 그를 볼 수 없을 것 같은 예감에 어쩔 줄 몰라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다. 둘은 낮도 아닌 그 확실히 경계지어지지 않은 밤에 만나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고 이 예기치 않은 만남에서부터 사랑을 꽃 피울 수도 있었겠지만 그 여성 나스텐카의 이야기에서부터 조금은 다른 결말을 맞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사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에는 세상 모든 불운과 짐을 모두 짊어진 듯한 이 남주가 참 마음에 들지 않아서 많은 생각들이 오고갔었다. 하지만 좋은 작품은, 책을 모두 읽고 난 후에 결정되는 것 같다. 그 여운이 얼마나 오래 가는가. 기억에 남는 장면이 얼마나 많이, 선명하게 기억되는가 하는 것들로.
사랑은, 예기치 않게 찾아오기도 하고 떠나가기도 한다. 그 과정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나는 더 성장하기도 하고 같은 일을 반복하게 될지도 모른다. 책 속 마지막 문장은 이형기 님의 <낙화>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싯구를 떠올리게 한다.
한낮도 아니고 노을이 지는 때도 아닌, 해가 졌지만 지지 않은 그... "가장 밝은 밤"에 헤어진 이들(어느 한 쪽일지라도)의 기억 속엔 아마 가장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