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와 간단한 설명을 보고 고르는 책을 읽을 땐, 작가를 눈여겨 보지 않는 편이지만 그렇게 몇 권의 책을 읽은 후 같은 작가가 몇 번 겹치게 되면 자연스레 작가를 알게 되고 이젠 그 작가의 작품을 찾아 읽게 된다. 미우라 시온도 그런 작가다. 몇 번 제목이 눈에 띄어 읽게 됐는데 잔잔하면서 유머가 있고 따뜻함이 있어서 계속 읽고 싶은 작가.
이번에 만난 <마사와 겐>은 표지에서부터 확 잡아끌어당긴다. 아마도 윗부분을 장식한 겐지로의 일러스트가 너무나 강렬하기 때문일 것이다. 유가타를 입고 지팡이 같은 것을 들었는데 대머리 양쪽으로 빨간색 물을 들여 무척이나 강렬하다. 그런가 하면 아랫쪽의 구니마사는 젠틀한 양복을 쫙 빼입었지만 잔뜩 찡그린 표정이 무척이나 깐깐해 보인다.
그리고 이 표지는 이 둘을 아주 잘 설명하고 있다. 전혀 70대처럼은 보이지 않지만 70대인 마사와 겐은 어린 시절부터 친구다. 어느새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지만 청년이 되고 각자의 일을 하면서 잠깐 각자만의 삶을 살기도 한다. 하지만 노년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다시 서로가 서로를 보살피는, 완전한 단짝이 된다.
책은 이 둘의 환장 코믹 쇼이다. 표지 속 소제목처럼 "취미는 갑론을박? 특기는 화해!"로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 투닥투닥 다투다가도 어느새 서로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문제 해결법도 찾아주며 여느 일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이 책이 그런 코믹하기만 한 일상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겐지로는 일찍 부인을 여의고 쓰마미 간자시의 직인으로서 제자에게 자신의 기술을 전수 중이다. 그런가 하면 구니마사는 일평생 은행에 매진했다가 은퇴 후 집에서 생활하던 중 아내가 딸네 집으로 가출한 후 혼자 지내고 있다. 책은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법한 노년의 삶을 가감없이 찬찬히 보여준다. 읽다 보면 구니마사 부인의 입장에 충분히 공감되지만 다소 처량한 구니마사의 일상에 슬퍼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둘의 우정이 빛난다. 늙그막에 이런 친구가 곁에 살면서 서로 의지가지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럽기 그지 없다. "죽음"이나 "사후의 세계" 같은 것도 서로 의논하고 삶의 마지막을 정리해 나가는 둘의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