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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enemz님의 서재
  • 말해봐, 나한테 왜 그랬어
  • 김현진.김나리
  • 12,600원 (10%700)
  • 2016-11-30
  • : 174
나는 김현진 작가를 좋아한다. 처음 그의 책을 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열심히 좋아하고있다. 그의 글은 좋아할 만한 구석이 아주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고맙기까지 했던 부분은, 언제나 여성으로서 목소리를 내 준다는 점이었다. 김현진은 온 존재로서 글을 쓰는 흔치 않은 작가다. 여성으로서의 삶을 피하지 않고 다 격어내고 살아내고, 여성으로서의 목소리를 걸러내거나 포장하지 않고 세상에 내 보낸다.

이런 건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부터도 누군가 여성으로서의 목소리를 내 주는 이가 있으면 반갑고 또 마음으로 응원하지만 그 뒤에 숨어서 익명으로 따라갈 뿐, 내 일상에서 이같은 내 의견을 표명하기에는 용기가 부족하다. 그런 부분에서 늘 미안하고 고맙게 생각하며 그의 글을 읽어왔다. 나는 여성이되 여성을 부정하며 살아왔다. 나는 여혐하는 여자. 내가 여자가 아니길 간절히 바라며 살아온 여자. 평생 여성으로서의 삶을 어떻게든 피해보려 너무도 용을 써 온 탓에 여성으로서 살아나갈 방법을 아직도 모르는 여자.

내가 애써 부정하고 없는 듯 여기려 했던 내가 여성으로서 격은 일들. 평생 어떤 그물 막 너머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왔는데, 괜찮다고, 딱히 보는 데 불편한 건 없다고 스스로도 생각해왔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 그물막에 초첨을 맞추어 똑바로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왜 불편했는지, 그건 결코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데.

소설의 두 주인공이 카톡으로 털어놓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내가 늦은 밤 위로 카톡을 받는 듯 했고, 내가 그들을 위로해 주는 듯도 했다. 일상적으로 쓰는 카톡 형식이라 그런지, 더욱 두 주인공들이 이 늦은 시간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은 생각도 들었다. 아... 정말 어떻게 이 정도로 쓸 수 있었을까... 김현진 김나리 두 작가님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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