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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무늬가래떡 2018/07/20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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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예쁨 받으려고 태어난 게 아니다
- 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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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0) - 2018-07-16
: 63
여자로 살기 힘들었다. 많이 힘들었다. 내가 적지 않은 이 나이를 먹으며 겪어 온 크고 작은 역경들을 생각해보면 9할은 내가 여자라는 사실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었던 것 같다. 여자라는 사실이 내게 도움이 된 것은 글쎄, 한여름에 양산을 쓸 수 있다는 점 정도일 뿐이다. 소변을 볼 때도 문을 닫고 들어갈 수 있다는 점도 들고 싶었지만, 횡행하는 불법 촬영 때문에 문을 닫는다고 안심할 수 없는 노릇이 돼버렸다. 또한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었다는 점도 들고 싶었지만, 애초에 여자는 빼놓고 군대를 만들어 놓고서 여자들이 군대 안 가는 것이 무슨 큰 죄라도 되는 양 다른 것으로 보상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이런 말을 하면서도 나는 불안해하고 있다. 이 작은 공간에서 거의 익명으로 쓰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자로서의 솔직한 내 심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렇게 불안하다. 그러니 페미니즘 에세이 책을 내는 것은 얼마나 더 용기가 필요한 일일까. 나는 김현진 작가가 참 좋다. 나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여자인 나를 위하여 글을 써 주는 김현진 작가가 있어서 나 같은 소심한 여자도 세상을 사는 데 조금 용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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