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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tkjy님의 서재
  • 제5도살장 (무선)
  • 커트 보니것
  • 11,250원 (10%620)
  • 2016-12-09
  • : 9,637
역사란 사회와 문화 인류 전체적으로는 커다란 흐름이겠지만, 개인에게는 단순한 기억일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의 일생에 대해 모두가 그것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무척이나 다양하고 흥미롭거나 소소하면서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인간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낙인을 지니고 살아간다.
만약 당신에게 차마 떠올릴 수도 없는 끔직한 시간이 존재한다면 어떻게 하루를 살아갈 것인가?
그 하루는 다시 반복되어 어떻게 한달이 일년이 남은 생애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그런 일이 누군가에게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이 책의 처음에 나온 것처럼 이 모든 일은 실제로 일어났다.
과거를 떠올리며 평생 괴로워할 것인가? 아니면 트랄파마도어를 만날 것인가? 아니면 뭐 그런거지란 표현이 106번 나오는 소설을 쓸 것인가?
커트 보니것의 필연적이지도 순차적이지도 않은 10개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본다. 삶이란 우리가 의도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개연성이 부족하고 우연적인 사건들과 트랄파마도어인의 대화들은 우리의 인생이 필연적으로 정해져 있다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그리고 그것은 저자의 끔찍한 경험과 결부되어 당연한 결론처럼 느껴진다.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자들이 감히 부정할 수 없는 그런 거대한 역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무기력해지지 않고 전쟁에 대해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고양 속에서 나는 작가의 역설적인 유머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새롭게 떠올린다.

두 번째 장부터 등장하는 빌리 필그림을 통하여 우리는 그 당시 전쟁의 끔찍함을 우회적으로 대면할 수 있다. 삶에 대한 목적도 의식도 없는 주인공은 몇 번의 죽음의 위기를 극복한다. 사건은 그가 아닌 죽음이 그를 오히려 비껴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렇지만 결국 그를 비롯한 다른 등장 인물들은 책의 첫 장에 나오는 것처럼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죽는다. 이것은 살아남은 자의 회의일까 죽은 자들에 대한 죄책감일까 신에 대한 분노일까.

작가의 의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겠지만 이야기는 영원하다. 우리는 그 이야기를 통하여 역사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고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재구성해 나간다. 단순한 역사적 사실이 아닌 소설을 통한 전개는 그것만의 독특함을 가지게 된다. 대학살이라는 끔찍한 사건을 다양한 등장인물과 SF적 구성을 통해 유머적으로 풀어낸 진행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은 공감과 감동 용기 그 밖의 다양함이다. 분명 소설은 직접적으로 더 나은 삶을 만들어 줄 수 없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하는 지구인들을 만들어 낼 수는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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