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말기 흔히 '삼국지'로 불리우는 역사는 오늘날에 있어서도 큰 인기를 누리는 고전으로서 이해된다. 예를 들어 본래의 역사 뿐만이 아니라, 나관중의 기나 긴 삼국지 연의(소설)... 심지어 이를 주제로 새롭게 해석된 게임과 만화 등 다른 여러 매채가 다양하게 (반복하며) 등장하면서 삼국지의 이야기는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하나의 무형 문화로서도 소비되고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 한나라 건국의 발판이 된 '초한지'의 이야기는 위의 삼국지에 비교해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초한지의 이야기에도 항우와 유방이라는 주인공과 함께, 한신과 소하, 진평, 범증과 같은 기라성같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또한 홍문연과 패왕별희, 사면초가 등 여러 서사 또한 매력적이만, 그럼에도 삼국지와 같은 이야기를 마주하며 느끼는 몰입감이나 재미는 부족하다고 생각이 되는 것이다.
물론 초한지는 위의 나관중과 같은 대중소설로 재해석되거나, 오랜 역사의 와중 대중들의 심리 등을 반영한 각색이 (자주)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는 때때로 한 인물이나 역사 등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보다 본격적이고 또 현실적인 인간의 심리 등을 탐구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흔히 독자들에게 있어 주인공 유방의 매력은 포용에 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이후 한나라가 건국되어 황제로서 마주한 유방의 모습은 어떠했는가? 그는 도리어 스스로의 위치를 깨닫고, 상대의 능력을 가늠하여 쓰되 잘라내는 냉정함을 지닌 인물로 여겨야 하지 않는가? 아무리 지위가 사람을 바꾼다고 해도, 처음 패현에서 함께 동고동락했던 번쾌에게도 그는 이후 황제의 시선으로 그를 가늠했다. 그리고 이후 척부인이 나서 한신을 죽이는 과정에도 그의 묵인이 있었기에, 이후 독자들은 먼 후손인 유비와 같은 매력적인 인물과 비교해 유방을 그리 쉽사리 좋아하지 못하게 된다.
권력의 정점에 선 리더에게는 의심이 가장 큰 독이고, 그 독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제국의 중심으로 퍼져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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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러한 껄끄러움이 도리어 우리 '사회적 인간'의 모습을 보다 정확하게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이 된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중세 문학에서 발전한) 로멘스를 꿈꾸고, (동양철학에서 파생된) 세상의 정의와 인간됨을 주장하고 선을 실행하며, 때때로 삼국지를 흉내내어 인간 관계에서 의형제와 같은 우정을 나누려는 행동을 쉽게 보인다. 그러나 그러한 행동 밑의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는 남보다 뛰어남을 경계하고, 앞서는 것을 시기하며, 원하는 것을 취하기 위해서 계획을 꾸미는 '나' 또한 존재할 것이다.
이에 초한지의 인간들 또한 그러했다. 도리어 많은 사람들이 매력적으로 느낄 능력과 카리스마를 지닌 항우가 비극적인 패배자가 되고, 살기 위해 엎드리고, 패배해 도망가며 자식을 마차에서 던져버린 유방은 황제가 되었다. 현실의 세상... 인간의 세상은 만만치 않다. 세상의 덕이 있고, 선이 있고, 세상에 인간 공동체가 포용할 긍정의 공감대가 존재하는 것은 맞지만, 때때로 이를 이용하거나 기만하여 승리하고, 체면보다는 결과를 챙겨 이른바 '승자'가 된 예가 이 세상엔 역사 속에 수두룩함을 다시끔 이 책을 통해서 마주하고 이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