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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츠님의 서재
  • 개처럼 인생을 살아라
  •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 16,020원 (10%890)
  • 2025-10-20
  • : 3,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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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철학은 오래도록 많은 시간이 지난 현대에 있어서도 더 나은 지성의 함양과 인격 소양 등을 위하여 꾸준하게 권장되어 오고 있다. 그렇기에 덩달아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등 여러 철학자의 사고방식 또한 공부가 권장되고 있지만, 각설하고 의외로 이 책의 주제이자 당시의 철학자였던 디오게네스는 나에게 있어서 해당 철학적 관점보다는 하나의 일화로 더 익숙하게 다가온다. 실제로 알렉산더 대왕이 마주한 이 이상한? 철학자는 크게 줄여서 "햇빛 가리지 말고 비켜" 라는 말로 그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지도자에게 나름의 신선함을 선사했다.

그러나 이 일화는 정작 디오게네스의 철학적 사고 보다는 알렉산더의 깨달음이 더욱 눈길이 간다. 굳이 옛 말을 빌려오자면 '맷돌을 돌리는 노예에게도 배울 점은 있는법' 이니까. 알렉산더 자신은 만족 없이 어느덧 높은 이상을 위해 나아가는 위인이 되었지만, 누군가에게는 한 순간의 따스함이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할 수도 있다. 때문에 나는 이 책을 접하기 이전까지 단순히 디오게네스의 철학을 '소유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해왔다. 그도 그럴것이 과거 디오게네스의 삶을 닮아가려 한다면 사람은 한 순간에 태초의 삶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그는 단순하게 세상 사람들에게 모두 '짐승이 되어라' 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만약 모두가 개와 같은 동물의 사고로 살아가게 된다면, 어느덧 세상은 강자의 지배 아래 서열이 나누어진 또 하나의 질서 아래서 살아갈 뿐이니 말이다.

때문에 디오게네스의 철학은 정리하자면 '쓸데없는 것을 정의하고 이를 덜어내기 위한 것' 이 아닌가 한다. 그의 생각에는 끝없이 인간을 탐구하는 사고도,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이데아에 도달하기 위한 '본질의 탐구'도 속된 말로 오지랖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다만 디오게네스 스스로도 당시의 여느 그리스 철학자들의 논의와 주장 등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았다. 만약 그가 단순한 쾌락주의자였다면 "인간은 두 발로 걸어다니는 털 없는 동물"이라 주장한 플라톤을 향하여 '생닭'을 들이밀지도 않았을 것이고, "전능한 신이 한낮 신상에만 깃들었겠는가?"라며 예배 절차를 무시한 자신을 비난하는 군중을 향해 입장을 드러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제껏 세상의 질서와 선, 그리고 세상의 본질을 추구하며 이에 다다르기 위한 과정을 다져온 것은 여느 절대적 존재가 부여한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인간의 고뇌와 행동 등이 쌓아올린 것이다. 때문에 어느날부터 해당 과정에 얽매여 이전에 스스로들이 만든 '관습과 법' 등이 인간 본연의 사고를 방해하고 또 삶 자체를 파괴한다면... 과연 그 과정은 진정 필요한 것일까? 예를 들어 과거 고대 그리스 사회도 많은 모순이 드러난다. 수 많은 폴리스(도시국가)가 똑같은 신을 모시는데도 인간의 싸움의 와중(전쟁중) 서로가 자신이 더 신의 사랑을 받는다고 말한다. 공동체에서 남보다 뛰어난 재능을 뽑낸 인물은 어느덧 알력 싸움에 휘말려 추방당하며, 오늘날 유명한 고대의 철학자 소크라테스 또한 '사회 정의'라는 미명 아래 사실상 (아테네 사회에 의하여) 살해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람은 손가락마다 서로 다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누군가 가운뎃 손가락을 들어 보이면 분노하지만 (...) 디오게네스가 꼬집은 것은 바로 이 불합리함, 본질을 잊은 사회 관습이였다. (...)

110쪽

그렇기에 어느 현상을 바라볼때, 그 세상의 정의와 상식의 틀을 벗어나, 처음부터 그 본질은 무엇이였나? 하는 질문을 먼저 던져보면 어떨까? "신을 경배하기 위해 굳이 왜 신전을 찾아가야 하지?" 이에 실제로 디오게네스가 던진 질문에는 당시에는 당연하고 또 인간다움이라 포장된 여러 현상에 대한 나름의 비판이 드러난다. 아마도 그것은 나름 하나의 사고에 사로잡혀 다름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사회에 대한 비판이자, 디오게네스 나름의 저항이였을 것이다. 세상의 사람들이 스스로가 바라는 행복이나 만족을 우선하지 않고, 끝없이 더 나은 외부의 무언가를 갈망하며 만들어낸 세상... 바로 그러한 세상 속에서 한 철학자는 겉으로 드러난 것 보다 마음에서 먼저 우러나온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의 평가와 인식보다 먼저 스스로가 행동하여 실현하는 것에서 스스로의 정의와 만족을 채우는 것이 더 나은 한 생명의 삶이라 주장하였다.

어쩌면 이것은 현대의 개인의 삶에서도 나름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누군가가 풍족한 삶을 자랑하고, 광고는 매일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최신의 제품을 쏟아내는데, 막상 스스로는 그 어느것도 누리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또 그것에 의하여 박달감을 맛본다.

이에 이 책의 교훈대로 저것은 "저딴 것을 위해서 아둥바둥 하는 꼴이란!" 이라며 외면하거나 관심을 거둘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대신 자기가 하고 싶은 마음 그대로 오늘에 충실한 하루 내일은 내일 생각하는 마음 자세로 오롯이 지금 이 시간의 나에 솔직해질 수 있는 삶을 산다면... 어쩌면 그것은 나름대로 자기 만족에 충실했다는 점에서 장점이 될 수 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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