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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스테이션
좀비와 외계인, 심지어는 괴기한 코스믹호러의 괴물에 이르기까지... 이에 생각해보면 판타지의 소재가 가득한 이 책의 이야기 속에서 현실적인 '재난에 대비하는 방법'을 찾는다는 것은 어쩌면 매우 어리석은 것 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상상 속의 재난과 종말의 이야기라 하더라도. 예를 들어 좀비물에는 그에 대응하는 생존법이 존재하는 것과 같이 그 어느 현상에 대응하여 가장 최선의 방법을 모색하고 이를 공유하여 계속해서 '삶을 추구하는 것'은 어쩌면 인간으로서 그 어느 위기에도 공통되는 가치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물론 위의 위기에 대한 메시지 이외에도 이 책은 여러 주제를 넘어 다양한 것을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실제로 이미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은 종말의 이야기 가운데서 앞서 언급한 좀비나 외계인 같은 경우는 매우 많은 작품 등을 통해서 거대한 (또는 정형화 된) 틀이 존재한다. 그러나 요즘 '뛰는 좀비'가 등장하는 등 이제껏 그 (정통의) 틀을 깨뜨리는 것이 영화와 소설 등 소수의 창작물이 전부였던 것과는 달리, 오늘날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유튜브 등을 통한 폭 넓은 매체와 도구를 통해 여러 아이디어가 공유되거나 새로 창조되는 등 이른바 괴기와 미스터리, 초현실의 영역 또한 보다 크고 빠르게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SCP 재단이라는 가상의 조직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무수한 서사는 그 것을 소수의 마니악한 장르에서 하나의 판타지 장르로 성장시켰다. 게다가 비록 주제는 다를지 몰라도 새로운 미스터리와 공포로 유명해진 '백룸' 또한 게임과 영화 등으로 만들어지면서 대중 사이에서의 '밈'이 빠르게 현대의 새로운 공포 소재거리가 되어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이 책은 비록 보다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지는 않으나, 반대로 '멸종의 위기를 주제'로 사람들이 지금껏 얼마만큼의 상상력을 보여주었는지를 크게 가늠하게 해준다. 물론 이러한 내용을 들여다보면서 단순히 세계관의 특이점을 읽고 즐기는 것도 좋을지 모르겠으나, 때때로 누군가가 이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의 세계관을 확장하고 또 보다 특히하고도 매력적인 세계관을 묘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다면? 이에 나는 그 가능성에 큰 기대를 품고 싶은 마음이 든다. 개인과 인류의 생존... 그리고 이를 위협하는 다양한 조건 가운데, 아직 대중들을 매료시킬 또 다른 이야기는 무엇이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위기 상황에 대해 알게 됐어요, (...) 아마 여러분은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거예요. 지식은 힘이니까요. 하지만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우리의 상상력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