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사람은 살아가면서 이겨내기 힘든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감긴다. 물론 그러한 감정 중에는 기쁨과 흥분이라는 긍정적인 것도 있지만 반대로 우울과 절망이라는 감정에 지배당한다면... 이에 이 소설의 이야기는 바로 우울함에 지배된 사람들에게 있어서 최악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감정은 무엇인가. 또는 그러한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저자 나름의 해답을 드러낸 것이라 생각해도 좋을 것이라는 감상이 든다.
특히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에게 있어서 '삶'은 고통의 연속이다. 매일 자신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상사와 점차 친구들과도 교류가 단절되어가는 현실 더욱이 스스로 하루를 돌아보는 자신의 일기에 남겨진 감정의 얼룩은 과장하여 "나의 삶은 어떠한 가치가 있는가?" 에 대한 의문과 절망이 가득하다.
이때 그러한 주인공에게 있어서 불쑥 나타난 '남자' 는 주인공에게 있어서 보다 더 큰 혼란을 가져오는 인물이 된다. 물론 그는 주인공을 '생명이 위험한 위기'에서 구해준 은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주인공에게 그녀를 둘러싼 소중한 사람들이 불행해질 것이며, 주인공 스스로 또한 죽을 운명을 가지고 있다며 사뭇 불쾌한 미래를 던지듯 말해오는 수상한 자이기도 하다.
네 주변에서 '죽음'의 냄새가 나 (...) 올 겨울, 넌 죽게 돼
더군나다 그는 미래의 불행을 피할 방법도 일러주지 않는다. 그는 그저 '경고자'이며, 만약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오롯이 주인공에게 달려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그 변화는 무엇으로 인하여 바꿀 수 있을까? 이에 결과적으로 정의하자면 그 중심에는 스스로 행동하는 것에 있다. 예를 들어 남자는 그녀(주인공)에게 반드시 죽을 것이라 예언했다. 그리고 그 죽음의 원인에는 그녀 스스로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녀가 행동하지 않았기때문에 닥쳐온 주변 사람들의 불행에 더해 그 스스로가 마음의 문을 닫은 것이 원인이다.
그러나 (운명의) 원인도 이유도 몰랐던 그녀임에도 미스터리한 남자의 경고를 기점으로 (먼저) 타인의 불행을 막는데 필사적인 행동을 취한다. 비록 스스로의 불운한 운명에 좌절하고 또 부정적인 마인드에 지배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그녀는 친구의 우정을 외면하지 않았고 그 친구에게 닥친 불행에 같이 가슴 아파하며 울어주었으며, 남몰래 고민을 끌어안은 친구에게 고통을 나누자 제안하기도 하고, 심지어 내버려두지 않았기에 목숨이 위험한 순간이 다가와도 도움을 줄 수도 있었다.
그 덕분일까? 이야기 끝에 정작 주인공 스스로에게 아쩔 수 없는 슬픔과 절망이 닥쳐왔을때도, 그의 곁에는 이전 그녀 스스로가 그러했듯이 자신을 위로해줄 사람들이 있다. 더욱이 이전 미스터리한 남자가 경고한 죽음의 운명을 피한 그녀는 본래 그녀가 마주해야 했던 운명의 모습을 깨달았으며, 그 무엇보다 '그 남자'가 무엇을 위해 자신에게 다가왔는지에 대한 진실을 알고 그 '사랑'의 본질을 가슴 속에 품는다.
이처럼 이 소설은 내용의 흐름에 있어서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미스터리에 기대지만, 적어도 스스로의 마음을 죽이는 것이 오롯이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는 것과 함께, 불행의 씨앗은 스스로 뿐만이 아니라 타인과 주변 환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사회에 드리워진 분위기로 인하여 감정의 변화가 일어나고, 전반에 실질적인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또한 모두 개인들이 주변의 환경의 영향으로 거의 동통되는 감정의 어느 면면을 느끼고 또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마음을 죽이는 것, 절망에 기대어 스스로의 가능성을 부정하고 포기하는 것은 단순히 자신만을 내버리는 행위가 아닌 때때로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죽이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경계하도록 하자, 이 소설의 주인공이 변화할 수 있었던 것도 본래 그녀의 운과 환경이 개선되기 이전에 그저 거리낌없이 다가왔던 한 남자의 애정과 선의가 먼저였음을 한번 중요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