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접했던 역사책에 의하면 과거 인류가 처음으로 창조한 무형의 예술은 '음악' 이라고 한다. 이를 증명하듯 유랑하며 채집생활을 하던 구석기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동물의 뼈로 만들어낸 플루트와 같은 유물들이 출토된 사실 등을 비추어볼때 이에 인류의 조상들이 스스로 느끼는 감정을 표현할때 과연 어떠한 음율이 흘렀을지 그 궁금증이 커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당시의 음율을 알 수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비록 악기의 존재를 증명하고 이를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무형의 음율을 어느 체계로 정립하고 기록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우리 현대인들이 오랜 구석기인의 '가락??' 을 알 수 있는 여지는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일 것이다.
허나 다행스럽게도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한 미술의 영역은 위의 음악과 비교해 '흔적이 남아있다'는 점에 있어서 매우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최초의 미술이 탄생하는데 필요한 요소가 먼저 인류의 창의적 활동이라 한다면, 사냥과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다양한 동물들의 벽화가 이를증명할 것이고, 또한 인위적으로 색채를 내고, 이를 덧바르며 표현한 기술과 기법 또한 인류 스스로가 오롯이 자연의 것을 수용하며 만족하는 존재가 아닌 필요에 따라 자원을 활용하고 변형할 수 있는 존재였음을 일찍이 증명한 것이다.
때문에 이 책은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오랜 시간동안 인류가 남긴 그림 등이 증명하는 인류가 어떻게 색을 이해하고 또 표현하기 위하여, 여러 기술과 기법 등을 축척하여 왔는가에 대한 '역사의 이야기를 풀어 나아간다.
실제로 미술사는 당시 어떠한 특징과 무엇을 표현하고자 한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그 무엇보다 시대적 굴레에 벗어나 무언가 새로운 시도 등을 통한 변화를 이끌어낸 '인간' 과 '현상'에 주목하는 법이다. 그렇기에 세계적으로 이름높은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가들을 포함한 당시 예술적 영역의 확대와 변화는 단순히 서양 한 지역에서 발현된 역사적 현상(또는 사건)이 아닌, 서양 전체의 계몽적 가치와 선진성, 또는 오늘날 미술에 필수적인 인본주의, 개인의 창의적 발상의 표현, 원근법, 미지의 탐구와 같은 여러 가치의 토대를 만들어낸 시대로서 그 마땅한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때문에 이 책이 향하는 발전의 역사는 오래도록 변화를 갈구한 결과이자, 앞으로 인류가 무엇에 더 긍정적인 가치를 두어야 하는가에 대한 나름의 길잡이가 되어준다. 물론 그 해당 미술 지식이 얄팍한 내가 보기에, 요즘의 최첨단의 패션과 현대 미술 등의 '표현'에 익숙해지고 또 그것을 이해할 날이 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적어도 이 책의 주장에 힘입어 보다 과거와는 더 다르고, 나은 것을 향한 방황?을 하고 있는 중이라 생각해 보기로 노력해보자 마음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