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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츠님의 서재
  • 기암관의 살인
  • 다카노 유시
  • 15,750원 (10%870)
  • 2024-09-01
  • : 2,095

아르센 뤼펭 시리즈에 등장하는 기암성을 무대로 흔히 '일드 마니아'라면 질리도록 보았을 '긴다이치 코스케' 풍의 추리가 이루어지는 이야기... 이처럼 대강 소설의 겉면을 훏어보게 되면, 거의 전형적인 일본 추리소설에 불과한 내용 등에 실망감이 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이 소설이 표현하는 진정한 '반전의 묘미'는 흔히 일어나는 살인사건과 이를 해결하는 범죄추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거의 주인공에 해당하는 인물 '사토'가 스스로에게 닥친 위기를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대한 '그 삶의 방식'에 따른 선택과 기치관의 변화에 있다고 생각이 된다.

실제로 이를 증명하듯, 저자는 작품 전반부에서부터 이미 일어날 사건의 환경, 또는 이유와 같이 상식적으로 이야기의 끝까지 숨겨야 할 여러 요건들을 미리 독자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그야말로 사람이 오락적 유흥을 위해 희생되는 시스템과 그 속에서 추리 자체를 즐기는 의뢰자 '탐정' 그리고 반대로 제3자의 위치에서 해당 살인의 방법과 추리의 합리성을 지켜보며, 순수히 과정 자체의 예술성?을 즐기는 변태적 성격을 지닌 여러 '관객'이 어우러진 한 추리게임의 과정 속에서, 그저 거액을 약속받으며 참여한 사토의 존재는 처음 이 게임의 주인공도 아니요, 또한 공범도 아니라는 미묘한 위치에 놓여 있었으나, 점차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는 일어난 살인의 진실 뿐만이 아닌, 게임 자체의 본질을 발견하게 된 인물로서, 결국 자신의 처후에 관계된 선택을 강요당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가구도 사람도 그대로였지만 보이는 풍경은 몇 시간 전과 확연히 달랐다. (...) 부자들을 위해 준비된 살인 추리 게임의 무대였다. (...) 토쿠나가도 이 잔혹한 게임에 휘말렸던 걸까.

각설하고 부자들의 뒤틀린 쾌락을 위해 마련된 장소, 이를 실현시키는 범죄 무리들, 그리고 (의뢰인)탐정이 범인을 찾아내야 종료되는 게임의 규칙을 알게 되면서, 그저 엑스트라에 불과한 사토는 과연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어떠한 행동을 해야 할까? 아마도 그는 먼 외국 땅(푸에르토리코)에 온 처지라 몰래 일본으로 돌아가기는 커녕 사실상 세트장인 기암관을 탈출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게임의 진행에 방해되는 인물로 인식 될 경우에 그는 가담자들에 의해서 살해당해 게임의 소재거리로 전락할 것이며, 이는 탐정을 대신해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는 행동 또한 포함된다.

그렇다면 탐정은 자신이 희생될 차례가 오기전에 사건을 마무리 할 수 있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위의 바램은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겉으로는 엑스트라에 불과하지만 자신 스스로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누군지 알 수 없는 탐정의 은근한 조력자의 역활 뿐만이 아니라,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 게임 자체에서 벗어날 각오를 다지며, 기회를 엿본다.

그리고 가까스로 (위기 속) 기회를 마주했을때... 그는 이러한 잔인하고 부조리한 세계에서 탈출하거나 해방된다는 일반적인 엔딩과는 다른 또 다른 형태의 결말을 선택한다. 물론 이야기 속 사토가 처한 현실을 생각했을때, 있는 힘껏 지혜와 임기응변을 뽑낸 그의 선택은 합리적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에 비추어 생각해 보았을때, 이후 그가 살아갈 미래의 모습은 결코 행복한 결론으로 나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추리 마니아로서,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으로서도... 결국 그는 삶을 위해 악마의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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