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국가 '조선의 여러 장점' 을 소개하고자 할 때, 나는 제일 먼저 관료제를 떠올렸다. 예를 들어 조선왕조실록을 포함하여 승정원 일기와 같은 다양한 기록이 남아 있을 수 있었던 것은 결과적으로 직무 체계와 역활이 효율적으로 분배된 제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물론 위의 장점과는 달리, 위기 상황에 대한 유연한 대처라던가 혁신과 변화 보다는 '전례에 따른다는 경직성'을 통틀어 큰 단점 또한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본래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는 말과 같이, 제도 또한 당시의 상황과 필요성에 따라, 저마다의 장.단점을 감내하고 필요한 것을 선택함으로서 최선의 것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이 책에 소개된 어전 회의에 대한 기록은 단순히 왕과 신하 사이에 주제를 의논하는 것을 넘어, 상대의 논리를 가늠하고 또 최대한 자신의 주장을 드러냄으로서, (결국)나라의 중요한 결정을 위한 국정에 있어서도 조화를 이끌어내려 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실제로 조선왕조의 역사 속에서 크게 군왕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바탕으로 국정이 운영되어진 때는 태조 이성계와 태종 이방원...그리고 세종대왕 정도가 아닐까? 물론 왕조국가였던 만큼 군왕의 자질이 크게 중요한 것은 사실이나, 때때로 왕 개인의 어리석음과 같은 원인뿐 만이 아니라, 세도정치가 성행하는 등 조직 자체가 타락하는 일이 일어나, 위기에 빠진 여러 사실들을 떠올려 보게 되면... 어쩌면 조선왕조 500년의 시간을 지탱해 온 제도의 중요성을 깨닫기 위하여 이 책의 내용을 들여다 본다는 것은 크게 의미가 있을 것이 분명할 것이다.
김명중은 기강과 풍속을 바로잡는 사헌부의 관리로서 법을 엄격하세 집행하여 나라의 기강을 세우려고 했고, (...) 세조는 '근심 걱정을 하지 않으면 노래를 부르게 되니 백성들이 작은 기쁨을 누리며 즐기는 것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120쪽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책은 그리 친절한 해설서가 아니라, 보다 다양한 당시 시대의 주제와 논의와 결정에 대한 사례를 열거한 책이라는 감상이 든다. 실제로 저자는 국정과 국방, 그리고 정치와 사법에 이르는 방대한 주제를 나누어 대표적으로 그 의논이 이루어진 여러 기록들을 소개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록을 소개하기에 앞서, 저자가 앞으로 이 책을 마주할 독자들을 위해 조선의 관료제도와 임금과 신하 사이에서 일어나는 역활의 분담에 대한 여러 (조직에 대한 성질에 대하여) 특징을 정리해 주었다면... 보다 기록의 의미를 알기 쉽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각설하고 표면적으로 볼때, 신하와 왕실의 사이에서 저마다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정의 역활은 실질적으로 '왕이 권력을 독점하는 것을 막았고, 신하가 권력을 남용하는 것을 막았다' 때문에 이후 독자들은 이 조선의 정치와 회의 문화등을 들여다보며, 조선은 어떠한 가치로 나라를 이끌었는가? 하는 질문을 마주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 해답에는 백성을 생각하는 정신과, 성리학적 정신이 반영된 이념의 실행... 또는 조선 건국이후 발전되어진 양반 관료들과의 (실질적인) 세력 줄다리기 이 모두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그중 가장 큰 이유에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 결국 그 정의는 이 책을 통해 저마다 다른 결론을 내려야만 한다.
(...) 정도전은 태조에게 민생 안정이 우선이고, 천도 문제는 시간을 두고 때를 살피어 논의할 것을 다음과 같이 건의했다.(...) 천도는 풍수지리가 아니라 그동안의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정통 유가의 합리주의에 입각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65-6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