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지어진 프랑스의 사회 뿐만이 아니라, 오늘날의 대한민국 또한 가정 내 폭력을 아주 심각한 범죄이자 사회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그러한 인식의 확산이 무색하게도 때때로 부모가 자식의 양육을 방기해 사망하게 하거나,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부모와 자식 모두가 목숨을 끊는 등 비참한 사건들이 언론에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차 개인의 가치과 인권이 중요하다고 주장되는 만큼 이제 더 이상 가정폭력은 그 공동체 내에서 원만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영역에서 예방과 관리 등이 개입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요구되는 시대가 되었다 생각이 된다.
실제로 이 책의 주된 내용은 남편에게 언제나 폭행을 당하고 있는 어머니를 끝내 지키지 못한 딸의 이른바 '죄책감'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예들 들어 딸은 어째서 어머니가 아버지의 폭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겉으론 모범적인 행동력을 보여준 아버지라는 '영웅'이 정작 가장 가까운 가족을 상대로 쉽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고, 그 인간의 이중성에 대하여 분노의 감정을 담아내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언제든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이 필요하면 선생님이 있다는 것을 잊지마, (...) 선생님은 네 생각을 존중해.
결국 빌리지 선생님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84쪽
그렇기에 이 불완전한 가족이 저마다의 환경과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했던 것은 무엇이였나?
아마도 저자는 독자들에게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딸은 어머니가 아버지의 폭행을 견디는 와중 언제나 동생을 데리고 다른 장소로 도망쳐야 했다. 그리고 이후 어머니가 폭력의 불합리함을 참지 않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기를 바랐지만, 달리 생각해 딸 스스로가 자신 또한 가정폭력의 희생자이며, 더욱 적극적으로 바깥에 도움을 청했더라면 아마도 그 결과는 죄책감으로 일그러진 소설의 결말과는 더 나은 것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미친다.
안타깝게도 가장 가까운 친족은 폭력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에 대하여, 더 나은 도움을 주지 않았다. 딸에 있어서, 외조모는 어머니 그녀 스스로가 선택한 길이라며 도움을 거절했고, 딸 스스로 또한 타인이 걱정과 도움을 주겠다는 제안에 대하여 적극적인 요청을 하기를 거부했던 것이다.
이에 결국 최악의 결과를 맞이하며, 딸은 어머니를 도울 수 있었던 방법은 스스로가 목소리를 내는 것이였이다는 것을 깨닫는다. 폭력을 용서하지 않는 목소리... 이를 어머니와 선생님과 외할머니와 자신을 걱정해주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었다면. 아마 그것만으로도 어머니를 위한 더 나은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을까?
침묵하지 말자, 순응하지 말자, 언제까지 이미 일어난 비극에 애도하고 마음 아파하지 말자... 제일 중요한 것은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가 받는 학대를 용납하지 않고 주변의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도움의)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다.
문득 깨달았다.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말하는 것. 그것이 엄마를 위해, 그리고 나와 동생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였다. (...)끊임없이 반복해서 말하고, 글로 쓰고, 소리칠거야. 전 세계가 엄마의 고통을 알게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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