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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mos님의 서재

어쩌다 원고료가 들어오거나 강의료를 받은 날이면 내가 나에게 꽃을 선물한다. 은은하게 오래가는 착한 카네이션도 사고, 비싸서 평소에는 구경만 하던 수국도 큰맘 먹고 집어 든다. 오래두고 보려고 활짝 핀 것보다 필락 말락 하는 것들로 골라 집에꽂아 둔다. 이틀쯤 지나면 봉오리들이 탁탁 터지며 온 집안이 환하게 빛난다. 하지만 개중에는 끝내 피지 못하고 그대로 말라 버리는 것들이 있다. 봉오리 끝을 살짝 열어 주면 간신히 피어나기도 하지만 대개는 그대로 시들고 만다.
그때마다 맘이 쓰리다. 필 때는 질 때를 걱정하고 질 때는 필 때를 놓친 것을 서러워하는 누군가가 떠올라 쉬 버리지도 못하고안쓰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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