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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지하게 동의하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말없이 식사를 했다. 구아바와 살사, 섬세한 생선 맛에 잠시 마음을 빼앗겼지만, 나는 아직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녀로 하여금 나를 바라보도록 하고 있었다. 반대편에 거울이라도 걸려 있듯, 한창때를 약간 넘긴 나 자신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넓지만 약간 굽은 어깨, 아직 숱은 많지만 희끗희끗해지기 시작하는 머리카락, 희미한불빛 아래에서 더욱 깊어 보이는 코 밑에서 입가에 이르는 주름, 최대한 팽팽하게 유지하고 있는 배(면 냅킨 아래 숨기고 있는), 나는 이몸에 지나치게 힘든 일을 시키지 않고 직장을 왔다 갔다 하고 일주일에 몇 번 운동을 좀 하는 정도만 요구하면서 사이좋게 오랫동안살았다. 옷을 입히고, 씻기고, 먹이고, 비타민도 공급해 주었다. 한두시간 뒤, 그녀가 아직 원한다면, 나는 이 몸을 메리의 손에 넘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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