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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이스 부뉴엘
  • 루이스 부뉴엘
  • 24,300원 (10%1,350)
  • 2021-11-05
  • : 563

<루이스 부뉴엘>


이 책은 루이스 부뉴엘이 스스로의 기억에 의존해 써내려간 반자서전적 회고록이다. 보통 평전류의 경우 연대기 순서로 시시콜콜한 것까지 정보가 과잉되어 있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이 책 역시 50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감독으로서 자신에 대해 궁금할 만한 부분 위주로 서술하여 과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부뉴엘의 삶이 이미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지극히 스페인적인 출생으로 (비범한 면은 있지만) 무작정 영화사에서 일을 하는 것에서 시작해 파리에서 초현실주의자들과 교류하고, 할리우드 생활, 멕시코 생활에 이르기까지 드라마틱 그자체다. 천재가 천재들과 교류하며 지내는 이야기, 그리고 이미 다 지나고 나서야 회고하는 입장이라 그런지솔직하게 서술하는 점이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깊었던 지점이다. 현대의 비평가나 감상자 입장에서는 정말 우러러 볼 수 밖에 없는 존재들과 함께 하며 대등한 입장에서 서술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이 아름다운(?)협업이라기 보다는 주관이 강한 사람들의 묘한 연대라는 점에서 부뉴엘 감독의 왕성한 시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고백건대 부뉴엘 감독의 엄청난 명망 하에도 이제껏 그의 작품을 감상한 갯수는 한손으로 꼽힐 정도다. 좋지만 좋다고 말하기 어려운(본 사람이면 대개 공감할 것이다. 아니 공감해주었으면 좋겠다) 난해함이 있기에나처럼 영화를 쪼개고 의미를 찾으려는 사람에게는 해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그의 책을읽으면서, 고맙게도 각 영화들을 제작 시기별로 끼워넣으며 제작 비하인드, 장면의 모티브들을 솔직하게 써주어서 그의 영화를 보는 자세를 달리하게 됐다. 지독한 몽상가로서의 그의 모습들은 사실 이렇게 말하는 나의 모습과도 닮아있었고 거기에서 논리를 찾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의 몽상가적인 측면, 꿈을 창작의 원천으로서 소중히 여기고 소상히 다 기억하는 그 자세에서 타고난 예술가의 면모도 보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백미는 제19장 ‘좋아하는 것들과 싫어하는 것들’이다. 물론 나도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에 대해 디테일하게 기록하는 편이지만 기록이 산재해있기도하고 그 모음을 소중히 하지 않아서 그런지 당장 내게 30쪽가량을 서술하라고 하면 아마도 손을 들 것이다. 대담하고 솔직함으로 가득찬 이 챕터는아마 내가 여러 번 펼쳐보게 될 거다. 언젠가 이런 작업물을 남기게 되겠지.


아마 남은 연말은 부뉴엘 감독의 이제껏 못 본 작품들을 보는 것으로 마무리하게 될 거다.



*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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