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집을 중학생 때 도서관에서 처음 발견하고 읽었을 때, 저는 이 시집에 완전히 빠졌습니다. 결국 구매까지 했지요.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은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작품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작품은 기승전결이 확실하지 못하다, 불륜을 미화한다, 일본 특유의 밍밍한 감성이 짙어서 재미없다 등등의 이유로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녀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에쿠니 가오리만큼 사랑에 대해 본질에 가까운 듯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은 드뭅니다. 게다가 집 안의 가스레인지까지 청아하게 만드는 그녀 특유의 빛나는 문체는 더욱 드뭅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전부 아름다운 소설을 찾기가 힘들죠.
이 시집에서는 그런 것들의 정수를 담았습니다. 시라는 함축적인 시공간 안에서 그녀는 그녀 특유의 허무하고 달콤한 방식으로 사랑과 자아와 인생에 대해서 읊조립니다. 그녀가 사용한 시어 하나하나가 너무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워 기억 속에 자꾸만 남습니다. 시를 읽으면서 도중에 아..., 하고 무언가를 느끼는 게 몇번인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시집 자체가 빛나며 반짝이고 달콤해서 쉽사리 떠나보낼 수 없습니다.
책장에 두고 그리울 때 마다 꺼내 읽으면 '제비꽃 설탕 절임을 먹고, 다시 소녀가 되는, 다시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내가 되어' 그녀의 달콤하고 허무한, 진실이 조용히 빛나고 있는 세상을 즐겁게 돌아다닐 수 있어요.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