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위즈덤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추리소설을 읽을 때 범인을 꼭 맞혀야겠다는 욕심은 없다. 그래도 아무 생각 없이 정답만 기다리고 싶지는 않다. 누군가 수상한 말을 하면 의심하고,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앞에서 세운 가설을 고쳐보는 재미가 좋다. 큐레이터는 이런 방식으로 책을 읽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사건이 왜 벌어졌는지 궁금한 만큼, 지금 내가 믿고 있는 설명이 맞는지도 따져볼 거리가 있는 책이다.
처음에는 제목과 표지부터 취향이었다. 퍼핏 쇼와 블랙 서머로 이름을 알린 크레이븐의 책이라는 점도 기대할 이유였고요. 그런데 추천 이유를 작가 이름으로만 끝내기는 아쉽다. 큐레이터에서 흥미로운 건 증거들이 서로 어긋난다는 점이다. 정보를 모으면 답에 가까워져야 하는데, 알아낸 사실들을 한데 놓아도 설명되지 않는 구석이 남는다. 나는 추리소설에서 이런 상황을 좋아한다. 수상한 사람이 있다는 것보다 그 사람을 의심하는 내 근거가 충분한지 고민할 때 더 재미있다.
포가 증거와 설명 사이에 남는 틈에 주목하는 대목도 좋다. 얼추 들어맞는 답을 찾았다고 끝내지 않고, 그 답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을 확인하는 태도다. 독자 입장에서도 범인을 찍어놓고 모든 정보를 거기에 맞추는 건 쉽다. 그런데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설명에 계속 빈틈이 생긴다면? 그때부터는 용의자뿐 아니라 처음 세운 가설도 의심해야 한다. 이런 과정 때문에 추리소설을 찾아 읽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워싱턴 포와 틸리 브래드쇼가 함께 수사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나는 사건만큼 수사하는 사람에게 관심이 가는 시리즈를 좋아한다. 범인의 정체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더라도, 다음 권에서는 이 사람들이 어떤 문제를 만나게 될지 궁금해야 계속 찾아보게 된다. 형사와 데이터 분석가라는 서로 다른 역할도 반갑다. 현장에서 발견한 흔적과 분석을 통해 알아낸 정보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관심이 있다면 눈여겨볼 조합이다.
추천 대상을 구체적으로 말하면, 어두운 범죄소설을 좋아하면서 수사의 세부 과정도 즐기는 독자다. 단서가 등장할 때마다 의미를 생각해보고, 인물의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다른 증거와 비교하는 사람. 범인이 무엇을 숨겼는지만큼 무엇을 일부러 보여주는지도 궁금해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잔혹한 소재가 포함되니 그 부분은 취향을 고려해 고르면 된다.
장편 추리소설을 고를 때는 사건을 두고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있다는 점도 좋다. 빨리 결말을 확인하고 싶으면서도, 그 전에 혼자 이것저것 의심할 여유는 있었으면 한다. 큐레이터는 기괴한 사건과 모순되는 증거, 수사 콤비라는 조합으로 그런 독자를 부른다.
다 안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다시 의심하는 재미를 좋아한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