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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as2699님의 서재
  • 네 번의 노크
  • 케이시
  • 12,420원 (10%690)
  • 2021-10-28
  • : 1,018
제목 : 네 번의 노크⠀
지은이 : 케이시⠀
출판사 : 인플루엔셜 @in__fiction⠀

“이 동네에 처음 들어왔을 때 깊은 숲속에 온 느낌이었습니다. 넓은 의미에서 말하면 자연이고,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거친 정글의 모습이었지요. 좁은 공간에서 다닥다닥 붙어살지만 각자 영역을 지키면서 높이 뻗어나가야 생존할 수 있는 야생의 모습 말입니다” (p.13)⠀

한 남자의 죽음⠀
여섯 명의 진술⠀

남자는 이방인, 여섯 사람은 한 아파트의 층에 거주하는 입주민들이다. 더 자세히 들어가 보면 이들이 사는 곳은 3층, 여성 전용층이며 남자는 이들 중 한 사람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야기는 여섯 그녀들의 진술을 토대로 쓰였다.⠀

그저 단순하게⠀
발을 헛디뎌 넘어진 우연한 죽음이 아니다⠀
무언가 계획에 의한 치밀한 살인인 것이다⠀
누가 범인일까⠀

지적장애 3급인 304호 거주자를 제외하면 사건 그날에 있었던 이야기보다는 여기 이 아파트, 나는 지금 어떤 삶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는다. 기구한 사연들 그리고 사람들… 여기까지 보자면 마치 아가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탈 특급 살인>에서 포와로와 기차 승객들의 대면 장면이 어렴풋 그려진다. 차이가 있다면 사건과의 만남, 수사관, 이름 유무, 용의자와 참고인 조사 정도랄까. (추후에 어떻게 진행될 지 궁금하다. 누가 참고인 정도로만 끝날지 아니면, 용의선상에 끝까지 살아남아 이야기를 쥐락펴락하는 이는 과연 누굴까)⠀

“그러고 보면 이 건물에 정상적인 사람이 있나 싶어요. 다들 나사 하나씩 빠진 사람처럼 뭔가 이상해요. 같은 층에 살아도 304호 말고는 잘 모르네요. 이 동네가 원래 그래요. 친해지고 싶은 사람은 없어요. 그러니까 다들 이사 가고 싶어 하지” (p.73)⠀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는 알아도 어떤 사람인지는 모른다.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없다. 301호부터 306호까지 그저 방번호로만 불릴 뿐이다. 저들의 사생활에 무관심해야 내 생활이 그나마 버틸 수 있는 이곳에 이름이란 그 자체가 아이러니 아닐까. 작가는 다른 의도로 이름을 붙이지 않았지만, 이름을 안다는 건 (선을 넘고) 관계가 생길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수사관이 같은 여성이라는 점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이 소설의 그림자를 보기 위해선 이름 대신 그들이 사는 공간으로 설정한 것이 장르적 특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게끔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살기 위해 움직여야 하고 이 과정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자연스레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아파트 안에서 너와 나는 없다. 오직 나,만 있을 뿐이다. 벽에 기대면 서로의 모습이 보이고 들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지만 멀리해야 한다. 못 본 척, 못 들은 척해야 한다. 이게 이곳에서 사는 방법이다. 그리고,⠀

여기를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귀신을 필요 이상으로 무서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말 무서운 건 악의를 가진 사람입니다. 귀신은 봐도 사람의 속내는 나 같은 사람도 좀처럼 보기 힘들지요. 그 사람들이 모이면 거악이 되고 거악을 잠재우는 것은 파멸 외에는 없습니다. 손쓸 수 없을 정도가 되면 결국 터져 자멸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희생은 온전히 선량하고 약한 영혼들이 입게 되는 겁니다. 역시나 사람이 가장 무서운 법입니다” (p.81)⠀

✍🏼 출판사로부터 도서(티저북)을 지원받아 직접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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