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가 떨리는 목소리로 너무나 감동적으로 읽었다 했던 책.
아이와 함께 감동을 나누고 싶은데 아쉽다는 말도 했었다.
책이란 것은 나와 책의 관계이기도 하지만, 이웃과 나의 관계이기도 하다.
이웃이 감동적으로 읽은 책을 나도 읽고 싶어지게 되면,
그것으로 시작해서 한조각의 마음이라도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테니.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가는 시간의 퇴적층이 곧 짙은 향기를 풍기는 믿음이 될 수 있으니까.
어쨌거나 나도 읽어보고 싶었다.
유명한 책이어서 제목이 무척 익숙했기도 했고.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아픈 머리가 잠시 진정되었을 때 붙잡았고, 또 다시 지끈거릴 때쯤 다 읽었다.
책장을 덮으면서 든 생각은,
감동이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지 않다는 점.
나란 사람은 주제가 직설적으로 드러나고, 전개가 빤히 예상되는 책에는 잘 감동하지 않는다는 점.^^;
책 제목 위에는 "꿈과 자유를 향한 여정을 그린 우리 시대의 동화"라고 적혀 있다.
나도 주인공 잎싹의 인생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삶에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용기있게 사는 삶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어미로서 초록머리를 기르고 떠나보내는 애정 가득한 모습이라던지
마당 친구들로부터 배척 당하고 외로워하는 모습,
마지막을 족제비 새끼의 먹이로 내어주는 달관의 모습 등이 애잔하다.
잎싹은 날개를 벌려서 다 자란 초록머리의 몸을 꼭 안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부둥켜 안고 있었다.
초록머리의 부드러운 깃털과 냄새를 느끼며 몸을 어루만졌다.
어쩌면 앞으로 이런 시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소중한 것들은 그리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잎싹은 모든 것을 빠뜨리지 않고 기억해야만 했다.
간직할 것이라고는 기억밖에 없으니까.
그러나, 잎싹의 처지를 묘사한 도입 부분부터
앞으로 어찌될 것인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마지막까지 짐작 그대로 진행되니 좀 허탈하고 빤하게 느껴졌다.
우린 지나치게 많은 교훈을 자주 들으면서 자라지 않나?
꿈과 희망, 자유는 정말 중요하지만, 그만큼 진부한 소재다.
소중한 가치는 변하지 않는 것이라는 것도 진실이지만,
그 사실을 대놓고 자꾸 얘기해대면 그냥 평범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 않은가?
어른들의 일상은 평범하고 현실에 순응적이라면서
아이들은 평범한 일상을 깨고 특별해지도록 요구받는다.
데미안의 알 깨고 나오기 같은 주제를 반복적으로 주입받는다.
마당 밖으로 나가는 것이 더 멋진 인생이고,
아웃사이더가 미화된 느낌...
허약한 몸으로 읽어서 정신까지도 비판적이 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뛰쳐나가는 용기, 스스로를 책임지는 삶을 찬양하는 책을 약간 비뚫어진 마음으로 쳐다보게 된다.
이런 사람 하나쯤 있어도 괜찮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