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모토바나나의 소설중 가장 먼저 읽은것은 '암리타'였다.그때만해도 그녀의 메마르고 극히 추상적인 문체가 마음에 와닿지 않아 제법 두꺼운 그 소설을 다 읽어내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그러나,이번에,2년만에 다시 찾은 그녀의 세계는 놀라우리만큼 큰 감흥을 던지며 날 반겼다.
'키친'은 바나나의 데뷔작이다.감독이든 작가든 나는 대개 그들의 처녀작을 가장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그들의 가장 솔직한 창작욕을 엿볼수 있기 때문인듯 하다.
'키친'에서부터 바나나의 '죽음'에 대한 대단한 관심은 여지없이 메인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혹,후기에서 '오직 한가지를 얘기하기 위해 소설을 써왔다'의 '한가지'는 그것을 뜻하는걸까.
그녀의 소설은 현재와 과거,꿈과 현실,시간과 공간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든다.어쩜 그녀의 읇조리는듯한 문체는 그러기에 더없이 적격인지도 모르겠다.등장인물과 이야기와 문체,이 모두가 어우러져 바나나 세계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유이치와 미카케는 내 주변사람과 너무나 닮아있다.
'세상에는 만년필을 죽기로 사랑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라니..
어쨌든,어떠한 일이 있어도 체면을 잃지 않는,어떻게 보면 뻔뻔해보이는 그 문체가 질릴때까지 난 그녀의 소설들을 읽을것같다.
'키친'을 다 읽고 난뒤, 문득,밤공기가 깨끗한 그곳으로 떠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