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탐조대원이 되었습니다. 라는 책 제목만 보고 새를 관찰하는 탐조를 생각하면서 책을 펼쳤다. 서양에서 새를 관찰하는 (bird watching)은 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형태로 하는 활동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에서 새를 관찰하는 활동을 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에 흥미가 생겼고 일시적으로 철새를 관찰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생활하는 곳에서의 탐조는 어떤 형태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나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내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그러나 그것으로도 좋았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루시아는 열네살에 탐조대원이 되었다. 아버지의 생일선물로 조류 관찰 협회 회원증을 받았다. 루치아가 탐조대원이 된데는 돌아가신 할머니의 영향이 크다. 루치아는 어릴 때부터 할머니와 함께 또는 각자가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내면을 들여다 보는 일상을 보내는 것을 즐기는 아이였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몇 달 전 '수식어가 없는' 담백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할머니가 쓰신 글에는 숲과 그 곳과 함께 살아가는 인간과 자연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이 담겨있고 루시아에게 큰 영향을 준다. 낙엽, 소년, 아버지, 죽음 등 인간의 삶과 동물의 삶과 죽음의 인식에 대한 차이, 낙엽이라는 존재의 의미와 그걸 느끼는 인간의 인식들을 하며 루치아의 내면은 깊어진다.
할머니가 젊을 때 살았던 아파트 숲이 아니라 할머니가 정말 좋아했을 것으로 보이는 센다숲에서 루치아는 탐조대원의 자리를 하나 얻고 할머니와 함께 나누었던 내면에 대한 대화를 스스로 한다. 탐조대원에 어울리게 새를 관찰하고 숲을 지키면서 그를 통해 들여다 보는 다양한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들. '우리가 보장받은 몇 년간의 삶은 죽음이라는 티켓을 내고 받은 것' '부족하지 않은 것은 다 넘치는 것' 등은 수식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할머니의 글처럼 담백하면서도 우리의 삶이나 자연 전체나 인류가 생각하고 기억해야 할 말들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