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관계에 대한 일곱 편의 이야기가 실린 단편집이다. 나는 청소년기에 접어들자 예전보다 더 많이 관계 맺음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됐다. 그런 내 경험을 토대로 이 책을 읽으며 이야기의 주인공들과 나를 비교해 보기도 하고, 내가 주인공과 같은 상황에 직면했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행동했을까? 하고 상상해 보기도 했다. 이 일곱 편의 이야기 중에서도, 나는「수」가 제일 인상 깊었다. 왜냐하면, 채연과 수에게서 내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채연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자신의 진짜 꿈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의대에 들어가 태어날 때부터 뇌에 이상이 있었던 동생 지연이의 병을 고쳐달라는 엄마의 꿈을 좇으며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채연은 엄마의 꿈이 아닌 다른 걸 꿈꾼다는 것은 엄마를 배신하고, 동생 지연이를 버리는 일인 것 같았기에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각 중학교에서 3퍼센트 안에 들었던 아이들이 모여 있는 명문고인 S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채연에게 고등학교에서의 생활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엄마의 기대치는 점점 더 높아지고, 하루하루 훨씬 더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채연이 얻은 건, 밑바닥을 맴도는 등수뿐이었다. 채연은 어느 날, 학교에 가지 않고 올라탄 지하철에서 초등학교 시절 이후로 연락이 끊겼던 수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수는 왼쪽 얼굴에 화상 자국이 있어서 아이들에게 프랑켄슈타인이라고 불렸다. 수는 사실 어릴 때 겁이 많은 아이였지만, 자신의 화상 자국 때문에 아이들이 자신을 무서워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일부러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무서운 가면을 쓰고 아이들에게 겁을 줬다. 하지만 채연이 다시 만난 수는 더는 예전처럼 무서운 가면 뒤에 자신을 숨기고 있지 않았다. 채연은 그런 수를 보며 자신도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만들어 준 가면이 진짜 자신이라고 착각하며 살았던 건 아닌지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내가 관계 맺음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타인의 시선도 예전보다 더 많이 의식하게 됐다. 이성 친구에게 관심이 생기기도 하고, 가족과의 관계보다 같은 또래인 친구와의 관계가 더 신경 쓰였다. 하지만 친구들과의 관계도 내 마음처럼 되지는 않았다. 친구들이 나에게 무언가를 부탁하는 일이 점점 잦아졌다. 처음에는 교과서를 빌려주거나, 모르는 문제를 알려주는 등 사소한 것들이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돈을 달라거나 숙제를 대신 다 해달라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해 왔다. 나는 그런 무리한 요구들을 내가 할 수 있는 한 모두 들어주었다. 그런 나를 친구들은 착하고 배려심 많은 친구로 여겨 주었다. 사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이기적이고 모난 구석이 많은 사람인데 말이다. 내가 가면 뒤에 숨어있는 날이 점점 많아질수록, 나는 더욱더 힘들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창피한 기분이 들어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대며 속으로 삭였다. 가끔 나를 옥죄어 오는 겹겹이 쌓인 힘들었던 감정들이 펑! 하고 폭발할 것 같을 때면 길에서 소리 없이 울기도 했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에 수는 채연의 말 한마디에 가면을 벗으려는 용기가 생겼다. 그리고 다시 수와 마주친 채연은 가면을 벗은 민얼굴로 꿈을 위해 열심히 사는 수를 보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이제 조금만 지나면 고등학생이 된다. 물론 그때가 되어도 과거처럼 적절한 관계 맺기에 실패할 수도 있다. 그래도 난 적절한 관계 맺음에 대해 고민도 해보고, 경험도 해보는 등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그렇게 노력해서 언젠가는 채연과 수처럼 관계를 맺어보고 싶다는 바람을 품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