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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hroom4u님의 서재
  • 먼 거울
  • 바바라 터크먼
  • 49,500원 (10%2,750)
  • 2026-06-30
  • : 3,050

14세기의 이야기가 오늘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하는 의문에서 이 책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서평단 신청을 하였고 가제본을 받아들었습니다. 

  터크먼은 책 집필 당시 냉전과 핵전쟁의 위협, 베트남 전쟁 등으로 혼란스러웠던 20세기 후반을 살아가고 있는 자신에게 인류가 직면한 위기가 전례 없는 것이 아니며, "인류는 이미 이보다 더한 재앙을 겪고도 살아남았다"는 위안을 주기 위해 14세기를 선택했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위안이 그 때뿐이었을까요? 오늘에도 불안하고 광폭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안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흑사병(전염병), 백년전쟁(전쟁), 교회의 대분열(종교적·정신적 붕괴)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무너져가는 당대의 모습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역사를 관통하는 예리한 통찰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였습니다. 코로나 19 나 종교간의 갈등, 세계윤리의 추락 등 오늘날도 다르지 않습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평범함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책의 두께에 놀라기도 하였다. 내가 받은 가쇄본은 676쪽이었다.(사진 등이 생략된 것이었으니...) 현재는 1200페이지가 넘는 베게 같은 책입니다.  방대하고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100년간의 연대기를 터크먼은 프랑스의 고위 귀족이었던 ‘앙게랑 7세 드 쿠시(Enguerrand VII de Coucy)’라는 실존 인물의 삶을 궤적으로 삼아 풀어냈는데, 한 인물의 일대기를 내러티브의 중심축으로 세움으로써 독자는 중세인들의 결혼, 육아, 의학 수준, 기사들의 토너먼트 대회 같은 일상적인 풍경부터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까지 마치 그 시대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강력한 몰입감에 빠져들었습니다. 

이 책은 중세 기사도에 환상을 품고 있는 이들의 머리를 내리칩니다. 터크먼은 14세기를 ‘이상과 현실의 간극이 너무 벌어져 시스템이 붕괴한 시대’로 정의하는데, 기사들은 고결한 영웅이 아닌 '포식자'로 노래되었고, 1396년 니코폴리스 전투(십자군 전쟁) 당시 기사들이 공성 무기 대신 실크 옷과 와인을 챙겨갔다가 오스만 제국에 대패한 일화 등을 통해 당대 지배층의 타락과 무능을 위트 있으면서도 신랄하게 고발합니다. 오늘도 별반 다르지 않다. 종교의 미명하에 강대국의 이름으로 저질러지고 있는 많은 잘못들은 <먼 거울>의 모습과 다르지 않게 투영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은 꼼꼼하고 엄격한 학술 논문이라기보다는, 거장이 정교하게 직조해 낸 한 편의 거대한 역사 태피스트리에 가깝습니다. 중세라는 낯설고도 기묘한 세기를 이토록 생생하고 유려한 문체로 복원해 낸 책입니다. 역사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를 비추는 거울임을 깨닫게 해주는, '대중 역사서의 마스터피스'라는 평이 아깝지 않은 걸작입니다.

 정통 중세 사학계에서는 비판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터크먼은 전문 중세 사학자가 아니었기에 난해한 중세 라틴어와 프랑스어 원전을 깊게 파고들기보다, 기존 연구서와 오래된 번역본에 상당 부분 의존했고, 20세기의 위기를 설명하기 위해 14세기를 지나치게 비관적이고 '고통받는 시대'로만 규정하여, 당대 사회의 고유한 역동성을 왜곡했을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이 책을 우리 시대를 이 거울로 비추어보기를 바랍니다. 우리시대를 모델로하여 어느 시기에 또 다른 <먼 거울>이 씌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중 역사서의 마스터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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