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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나님의 서재
  • 환한 어둠
  • 황시운
  • 15,750원 (10%870)
  • 2026-06-29
  • : 1,165

내 삶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었다.

왜 하필 나인가. 왜 하필 내 가족인가. 그런 질문에 잠식된 채 읽어갈수록 견디기 어려워졌다. 가족에게 닥친 사건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고, 그렇기에 더 서늘했다. 그 어떤 스릴러보다도 숨이 막히는 현실이었다.

가족여행에서 비롯된 참극 이후, 가족은 각자의 고통과 자책 속으로 흩어진다. 서로를 보듬지도, 완전히 원망하지도 못한 채 각자의 지옥에 머무른다. 살아가지만 죽음보다 못한 상태, 죽지 못하는 이유조차 살아내지 못하는 이유와 같은 선상에 놓인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그런 절망을 정면으로 밀어붙인다. 일상이 무너진 사람들에게 현실은 더 가혹해지고, 회복에 대한 기대는 오히려 얄팍한 희망처럼 느껴진다. 서로를 이해하고 있음에도 상처를 주는 존재가 되어버린 가족의 모습은 아이러니하다. 미안함은 감춰지지 못한 채 독기가 되어 서로를 향한다.

사건은 하나의 지점이지만 이후의 삶은 연쇄적으로 무너진다. 어디서 끊어야 현실에 발을 디딜 수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누구에게나 같은 회복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잔혹하게 남는다

.

그럼에도 그들은 서로를 미워한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각자의 상처를 끌어안은 채 살아내야 한다. 온몸으로 아프고, 견딜 수 없음을 알면서도 결국은 견뎌야만 하는 상태. 고통 속에서 삶의 무가치를 마주하면서도 끝내 놓지 않는 태도가 먹먹했다.


회복의 서사라기보다, 고통 위에 서 있는 이야기다. '환한 어둠'이라는 말은 그래서 더 무겁다. 어찌해도 결국 머무른 곳은 어둠, 돌아갈 수도 되돌릴 수도 없지만 어떻게든 매순간을 이어가고 있다. 어둠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만, 그 안에서라도 걸어가야 하는 사람들의 시간. 응원보다 더 깊고, 위로보다 더 조용한 감정이 남았다. 불쌍함이 아니라 안타까움, 위로가 아니라 숙연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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