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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나님의 서재
  • 삼체 0 : 구상섬전
  • 류츠신
  • 17,010원 (10%940)
  • 2025-08-28
  • : 26,235

Ball Ligting, 중국어 표현으로는 구상섬전. 삼체시리즈를 읽지않은 나에게 삼체0 프리퀄같은 느낌의 책이라기보다는 삼체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와도 같은 책이다. 하지만 삼체 세계관과 연결은 되지만, 본편 사건의 직접적 원인 제공이라기엔 이 책 자체로도 완결된 세계를 담고 있기에 독립성이 충분했고, 삼체를 읽지 않은 나에게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책을 덮는 순간, 삼체를 읽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샘솟았다.

《삼체 0: 구상섬전》은 열네 살 생일날, 부모가 구상섬전에 의해 눈앞에서 사라지는 장면을 목격한 소년이 그 충격으로 평생 이 미스터리한 현상을 추적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다. 그는 과학자가 되어 구상섬의 비밀을 파헤치고자 하지만, 그 연구는 곧 군사적 이용을 노리는 세력과 얽히게 된다. 그 과정에서 냉철하고 집요한 여성 군 장교 린윈, 그리고 양자 물리학자 딩이 같은 인물들과 만나며 연구를 이어간다. 소년은 점점 구상섬이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양자 세계와 거시 세계를 잇는 경이로운 존재임을 깨닫게 되지만, 동시에 그것이 무기로 전용될 때 인간 사회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결국 이 소설은 한 과학자가 어린 시절의 상처와 집착에서 출발해 과학의 경이와 군사적 욕망 사이에서 고뇌하는 과정을 따라가며, 과학이란 무엇이고 인간이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양자역학은 어려운 주제를 다루지만 세부적인 이론이나 수학적인 공식을 논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주인공의 대화를 통해 그러한 지식을 이해 가능한 범위로 풀어가고 있다. 과학적 지식이 긴장 요소로 작용하기에 궁금증을 유발할 수는 있으나, 그 개념 자체가 이야기의 중추로 자리하며 적당한 상상력과 아이디어와 조화를 이루어 독자를 끝까지 글에 집중하게 한다.

개인적인 상처에서 출발한 집착 어린 연구는 설득력이 있으며, 무엇보다 과학적 지식과 인간의 생존이 연결되는 지점은 신선하다. 소설의 대부분이 연구와 깨달음, 지식에 대한 갈망으로 채워져 있다면, 마지막 부분은 인간 본성과 집착의 이유를 인간의 내면의 요소에서 찾으며 묻는다. 순수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연구가 결국 과학의 가치중립성에 대한 논의로 확장되는 것이다. 소설의 끝자락에서 독자는 과학의 힘을 마주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주제의식이 명확하게 담겨 있으면서도 과학적 상상력이 양자세계와 개념적 토대를 충실히 깔고 있기에, 책의 분량이 적지 않음에도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는 게 부담스럽지 않다. 특히 구상섬전과 양자세계의 확장은 독자의 지적 욕구마저 충족시키는 즐거움을 준다. 내용의 난이도로 인해 속도감 있게 읽기보다는 문장 속 지식을 곱씹게 되지만,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혹적이어서 감탄이 절로 나온다. 삼체 시리즈를 읽지 않은 이에게도 아쉬움이 없는 흥미진진한 소설이며, 책을 덮는 순간 삼체로 이어지는 길 위에 이미 서 있음을 느끼게 된다.



자네에게 연필 한 자루와 종이 한 장만 있으면 구상섬전의 수학적모델을 구축하는 거지. 이론적으로는 독착성이 있고, 수학적으로는 완벽하고 정밀해야 하고, 컴퓨터로는 실핼할 수 있어야 해. 예술 작품을 창작하듯이 이론을 구축해 봐. - P47
자네는 정말로 이 모든 걸 현존하는 물리학 법칙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우리는 모두 인간이야. 우리가 아무리 남들보다 더 열심히 연구한다 해도 결국은 인간이지. 우린 뉴턴, 아인슈타인, 맥스웰 같은 사람들이 설정한 틀 안에서만 추론할 수 있어. 그 틀에서 반 발자국조차 벗어날 수 없지. 하지만 그 안에서는, 우린 아무것도 추론해 낼 수 없네.- P68
군인에게는 축복은 무의미하니까. 그 대신 경고의 말을 남길게. 그 무시무시한 것들이 언젠가 네 동포와 가족의 머리 위에 떨어질 수 있고, 네 품에 안긴 아기의 연약한 피부에 닿을 수 있어. 그런 일을 막는 최고의 방법은 적이나 잠재적인 적보다 먼저 그걸 만들어 내는 거야. 이게 내가 네게 전할 수 있는 유일한 축복이란다. - P439
학문적으로만 보자면 내가 지도한 학생 중 가장 우수하지. 특히 기술 분야에서는 누구도 따라가지 못할 천재성을 가지고 있다는 걸 부인할 수 없네. 하지만 이런 연구를 할 때는 도덕성을 재능과 동등한 위치에 두고 평가해야 하네- P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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