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저자의 맑고 선한 마음을 닮고 싶다.
세월에 이리 닳고 저리 닳으며 마모되었지만, 절대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미감과 취향과 다름을.
나는 올바른 소비를 하고 있는가? 주위에 있는 사물과 물건을 존중하며, 건강한 관계를 맺고 있는가?
살기로 선택한 이상, 죽지 않고 살아가기로 마음 먹은 이상 '소비'는 인생의 제일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결코 빠져선 안 되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현명한 소비는 비우고 사지 않는 것만큼이나 가치 있음을, 때로는 그것이 나의 생산성과 쾌락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취하게 한다. 취향과 기능의 교차점에서 최적의 상품을 잘 고르고, 사고, 잘 보관하고, 쓸모가 다하면 잘 버리는 것. 여기서 초점은 사고 나서 '잘 쓰는 것'이다. 물건에 인격과 영혼이 있는 듯 의미와 추억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 추억을 긍정하되 매몰되지 않으며 '반려'하는 존재로서의 예우를 갖춰주는 것이다. 물건과 함께한 시간은 따지면 내 세월이기도 하니까. 그런 물건의 시간이 켜켜이 모여 어느 한 시절의 나를 이룬다.
'사는 마음'이라는 제목답게,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처럼 보이는 이 책은 사실 모두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새겨두면 좋을 조언들로 꼭 차 있다. 언뜻 개인적 서사로 보이지만 결연하고, 단단한 언어들이 정갈하게 모여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글이 되었다. 읽으면서 뜨끔거리게 만들지만, 날이 서지 않아 좋다. 이 글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
나는 살기로 선택한다. 삶을 고집하기로 한다. 그리고 소비하는 행위를 즐겁게 만들기로 한다. 살아가는 데 물건이 필요하고,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이상 그 물건을 구매해야 한다면, 그러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면 삶이 즐겁기 위해서는 소비하는 행위가 즐거워야 한다. 그래서 나는 즐겁지 않은 소비는 하지 않기로 한다.- P198
여성의 외모가 더 가혹한 잣대로 평가받는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외모가 뛰어나거나 외모를 잘 가꾼 여성들을 향한 추잡한 말들을 봐도 알 수 있다. 남녀를 ‘떠나서‘ 말할 수 없는 것들은 많지 않다. 외모에 대해서는 더더욱 남녀를 떠나서 말할 수 없다.- P178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영영 볼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바로 성찰과 사유가 필요하다.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불편한 감정이 부수적인 욕망으로 인한 시샘인지,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 데서 오는 울분과 좌절감인지 판단해야 한다. 내가 누리는 특권을 보지 못하고 괜히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시기심을 박탈감으로 오인하는 것은 어리석고 무익하다. - P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