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조금만'은 전 이충걸 GQ 및 보그 편집장이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11인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본인의 언어로 재해석한 평론 형식의 인터뷰집이다. 전형적인 인터뷰집과는 확실히 궤를 달리 한다. 대다수의 인터뷰에서 재현되는 뻔한 질문과 답으로 점철된 데자뷰가 아니다. 인터뷰어로서, 인터뷰이에 대한 예의와 존중과 존경을 기저에 두고, 그 사람의 곳곳을 탐색한다. 이때 인터뷰이의 삶의 궤적을 훑으며, 내면 깊이 있을 외로움이나 불안, 상실을 끊임없이 끄집어낸다. 무례하지 않은 솔직함으로 무장된 질문들은 파격적이지만 폭력적이진 않다. 더 나아가 인터뷰이의 답변과 움직임을 자신의 세계로 가져와 끊임없이 변주하고, 질문하며, 비평의 장르를 만들어낸다. 내밀하고 진솔한 말들이 저자의 손길을 거쳐 더욱 세밀해졌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말들이기에,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
인터뷰이 11인은 최백호, 강백호, 법륜, 강유미, 정현채, 강경화, 진태옥, 김대진, 장석주, 차준환, 박정자다.
음악과 스포츠, 외교, 예술, 패션, 예능의 분야에서 출세 가도를 달리는 이들이라는데, 사실 잘 몰랐다.
대부분은 이름만 슬쩍 아는 수준이었다. 구조 안에 사람 있는데, 세상을 알려고 노력했건만 사람은 문외한이라는 점에서 아직 한참 부족하다.
반도의 여성이라 그런지, 수많은 인터뷰이들 중에서도 시대를 앞서간 여성들의 인터뷰에 눈이 갔다. 질곡의 세월에서 스스로 커리어를 지킨 기성 여성들의 이야기가 필요했다. 예전에도 유능한 직업인이다가도 주부로 꺾이고 마는 세태가 끝이 아니라고, 변하지 않을 듯한 유리천장에 조금씩 균열을 냈던 세태들도 존재했다는 이야기가 필요했다.
강유미 개그우먼, 강경화 (전) 장관, 진태옥 패션 디자이너, 박정자 배우의 인터뷰는 그런 점에서 매우 값졌다. 읽는 내내 존경심이 벅차올랐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워너비'라는 말은 이들을 두고 말하는 수사일 것이다. 그들의 초연한 태도, 단단한 마음과 곧은 기품, 겸손한 언어를 모두 닮고 싶다.
저는 한순간도 헛되게 지나가는 건 없는 것 같아요. 나태하면 나태한 대로,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다 나의 인생에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나이 드는 거에 대해서는 한 번도 두려워해 본 적이 없어요.- P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