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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영님의 서재
  • 신의 영혼 오로라
  • 권오철 글.사진
  • 21,600원 (10%1,200)
  • 2023-01-27
  • : 698

이 글을 읽을 당신은 오로라를 얼마나 가슴 깊이 품고 있는가?

나에게 오로라란, 닿을 수 없는 신비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다. 하늘의 아이돌. 딱 그런 말로 표현하면 좋을 듯하다.

내가 있는 한반도에서는, 아무리 보고 싶어도 볼 엄두를 낼 수조차 없는 대상이 오로라이기 때문이다. (보현산 천문대에서 광활한 은하수를 봤던 그 순간에도 오로라는 볼 수 없었다. 책에 따르면 고대 시대에는 한반도에서도 오로라를 볼 수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지구 자기장의 자극점이 옮겨가며 요원한 일이 되었다.)


저자 '권오철'은 이공계 관련 일을 하다 오로라 사진가로 진로를 바꾼 특이한 커리어의 인물이다. 과감하고 언뜻 무모해보이기까지 한 진로 전환은 어느새 여덟 번의 개인 사진전을 개최한 예술가이자 다섯 권의 책을 써낸 작가로, 나아가 나사에서 선정한 한국인 최초의 사진가라는 타이틀을 모두 가져다주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을 다시 실감했다. 역시 우리네 삶은 언제 어느 곳으로 향하는지 알 수 없다.


오로라에 대한 원론적인 설명부터 (그리 길지 않다) 전업 사진가로 활동한 2009년부터 지금까지 그가 '오로라'를 관찰한 소회와 귀중한 사진들이 담겼다. 구글에 검색하면 셀 수 없이 많이 나오는 게 사진이라지만, 디지털이 아닌 지면에 인쇄된 사진을 본다는 것은 다른 느낌이었다. 이때 사진은 '물성'이 있어 얼마든지 만질 수 있기에, 사진가의 고단함과 현상의 기이함, 차마 짐작할 수 없는 시공간의 광활함을 더욱 고스란히 느꼈다. 질감이 있다는 것은 이다지도 소중한 것이다.

옐로나이프(저자가 주로 오로라를 관찰하는 캐나다 북부 도시)에서 오로라를 관찰하는 원정대에 속한 듯한 환상에 잠시나마 몰입할 수 있었다.


책 뒷면만 봐도 가슴이 뛰지 않는가?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의 짜릿함과 아쉬움은 어느 말로도 헤아리지 못한다. 맘 같아선 사진만 백만 개 올리고 싶다. 백문이 불여일견. 수만 자의 활자보다 더욱 인상깊은 한 장의 사진이란.

'오로라의 보고'라 할 만한 이 책을 성층권의 슈퍼스타 오로라를 감상하고픈 이들이라면, 읽어보길 바란다.

태양의 극점이 활성화되는 2024~2025년에 (내년 아닌 내후년 !) 나올 개정판은 얼마나 많은 오로라의 황홀경으로 물들어 있을지 기대된다.

간이 볼 수 있는 현상으로 대상을 한정한다면, 밤하늘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단언컨대 오로라이다. 비처럼 쏟아지는 별똥별들, 그리고 개기일식도 다 보았지만 그중 최고는 오로라였다. 과학자들이 예측한 시간에서 한 채의 오차 없이 몇 시간 동안 진행되는 개기일식은 장엄하다. 태양이 완전히 가려지는 단 볓 분, 그 기적의 순간은 숭고하다. 그런데 이보다 더한 것이 있으니 바로 오로라다. 오로라는 언제 어디서 어떤 모양으로 나타날지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 희미한 날도 많지만 오로라 푹풍과 같이 온갖 색의 빛이 밤하늘 전체를 물들이며 휘몰아치는 순간을 맞으면 그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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