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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영님의 서재
  • 여자들의 테러
  • 브래디 미카코
  • 14,400원 (10%800)
  • 2021-05-14
  • : 228

읽으면 읽을수록 이민경 작가의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 (부제 : 외롭지 않은 페미니즘)이 떠오른다. 여성은 언제나 가부장제 사회에서 억압되고 통제되는 대상이었고, 그로 인해 많은 여성이 피해를 입거나 공적을 쌓아도 기록되지 못한 역사가 존재하지만, 그 속에서도 꿋꿋이 생존한 여성들과 그 기록을 알아가는 책이다.


가네코 후미코, 에밀리 데이비슨, 마거릿 스키니더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이지만,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가부장제, 식민지 시대에서 생존하는 현실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자신의 생을 가감없이 바쳤다는 여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자신만의 '투쟁'을 보여준 (대체로 격렬한) 자신의 사상과 신념을 행동으로 보여준 여성들을 교차하여 서술함으로써 세 여성이 관통해야만 했던 삶을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식으로 알게 된다. 지금도 그렇듯, 예전에도 여성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2등 시민이었지만, 제도를 거스르거나 타파하려는 여성은 그런 취급도 받지 못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자매애 혹은 동지애를 느낄 수 있는 동료가 많았나 적었냐의 차이일 것인데, 적어도 후미코는 박열이라는 조선 남성에게서, 스키니더는 백작으로부터 동료애 혹은 자매애를 크게 느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에밀리 데이비슨은 서프러제트의 수장이었던 팽크허스트와 그 동료로부터 과격하다고 배제를 받았던 것을 보면, 그는 철저히 홀로 그가 원하는 개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남들은 상상도 못할 교도소 낙하, 우체통 방화, 국회 진압 등의 행위를 수없이 했던 것은 여성 참정권 획득이라는 서프러제트의 사명보다는 남성 기득권에게 유리한 사회를 타파하기를 원하는 전반적인 사회를 향한 사상이 조금 더 컸던 것 같다. 어쩌면 정서적으로 홀로 고립된 상태였기 때문에, 더 독하게 거리낌없이 행동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당시에도 지금도 그의 행동을 깎아내리는 세력들은 존재하지만 세상은 그런 '극단적인 행동파' 덕분에 바뀌는 것임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나는 감히 그런 저항이 데이비슨이 생존할 수 있게 도와준, 그를 억압된 세상에서 독립시키는 삶의 방식이었다고 추측해본다.


우리는 후미코, 데이비슨, 스키니더로부터 연결되어 있다. 그들은 서로를 몰랐고, 세상은 그들의 사후에도 그들을 주목하지 않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그를 모르지만, 우선 이 책을 읽은 나는 그들을 기억하기로 했다. 왜곡되었던 나의 시선도 교정하기로 했다. 박열의 연인 후미코가 아닌, 온전한 자신이 되고 싶었던 후미코로, 악마/미친 데이비슨이 아닌 여성 참정권 운동가 및 사회운동가 데이비슨으로, 아일랜드 독립운동가 스키니더로. 이 책을 통해 나는 여성 위인을 단지 '여성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리고 행동하는 중요성도 다시금 깨달았다. 가혹한 시대에서 끝까지 지지 않고 버티고 투쟁하는 여성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것도. 행동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는 진리는 아직까지도 유효하다. (유효하지 않았다면, 브래디 미카코가 이 책을 지을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사회는 아직도 바꿔야 할 것 투성이고, 특히나 여성 억압/페미니즘 백래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해결하려는 의사도 없는) 심각한 문제이지만 다행히도 우리는 예전보다는 연대하기 쉬운 환경에 속해 있다. 오프라인에서 시위를 벌이고 무장 투쟁을 벌이지 못해도, SNS와 뉴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상황을 소개하고, 조언/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이 자유롭지 않은 21세기의 행동과 실천이란, SNS, 뉴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생각을 공유하고 도움에 응하며 '온라인 연대'를 키워가는 것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홀로 있다는 감각을 버리기 위해서는 더더욱.


코로나가 전국을 덮친 2020년부터, 20대 여성의 자살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착잡해진다. 서비스직의 비율이 높은 20대 여성이 코로나로 인해 실직을 하며, 경제적 고통과 인적 네트워크의 부재에 시달리다 죽는다는 것이다. 에밀리 데이비슨의 "착취당하는 계급 안에도 상하가 있다"는 말은 2021년에도 유효하다. 전염병 도래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도 '특수'에 편승해 억만장자가 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특수'에서 소외되어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사람들(대게 여성)도 있다는 사실을 그는 너무 잘 알았다. 더 이상은 한 명의 여성도 잃을 수 없다.


여성이라면 이 책을 보는 것을 권한다. 그들처럼 행동하라는 것이 아니다. 표면에 나서지 않아도 괜찮다. 단지, 험난한 상황에서도 여성들은 존재했고, 그들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꿋꿋이 기록을 남겼다는 사실을, 그렇게 21세기의 우리와 연결될 수 있었음을 느꼈으면 좋겠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기록으로서의 만남과 연결, 이 접선은 가부장제와 국가 권력에 저항하는 '여성'이 존재하는 한 언제까지나 이어질 것이다. 


여성이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음을 일깨워주는 아주 소중한 이 책을 매우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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