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1
장은영님의 서재
  • 경계에서
  • 이우
  • 9,000원 (10%500)
  • 2020-08-01
  • : 73

오래토록 꿈꾸었던 것들이 눈앞에서 산산조각날 때의 그 심정. 나는 입시를 실패한 후, 꽤 오랫동안 미래에 대한 불안함 속에서 방황했다. 거짓의 세계 속으로, 타인의 관점 속으로, 안락한 군중 속으로 도망쳤다. 그럴수록 더 불안해졌고, 우울해졌고, 고립되었음에도 이를 깰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을 만난 것은 다행이었다. 방황을 사랑해서 26개국을 여행하고, 방황 후에 깨달은 세계를 남기기 위해 시를 쓰게 된 사람이 쓴 시집은 내게 상상 이상으로 와닿았다. 시 속에서 화자는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며, 그리워하고, 슬퍼하지만, 존재하는 순간을 명확히 응시하며, 당당하게 세계에 의문을 던지며, 쓸모없는 미사여구 없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다. 그런 솔직담백한 작가의 고백에 나는 취했다. 방황하고 불안해서 아름다워진 글에 흠뻑 빠져 버렸다. 솔직함이 아름다워지는 마술을 나는 이 책을 통해 경험했다. 대면하기에 기록할 수 있는 것들의 경이로움을 체감했다. 나는 세상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그리 나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느꼈다. 이런 글을 남길 수 있다면, 가끔씩은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멀리 떨어져도 괜찮을 수 있겠다.

제게 남겨진 것은 피로와 상처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방황이 아름다웠던 것은 왜일까요. 그것은 참으로 위대한 방황이었습니다. - P103
가족도, 친구도, 사랑도, 심지어 국적조차도 비현실적으로만 느껴졌다. 그리하여 나의 정신을 온전히 담을 수 있는 세상을 찾아 세상을 방황했다. 개척자가 된 것처럼 홀로 세상을 떠돌며 마음의 고향을 갈망했다. 그곳이 있다면 뿌리를 내리고 싶었다. 그곳에 가기 위해 사랑도 사람도 쉬이 버릴 자신이 있었고, 정말 그렇게 했다. 방황만이 중요했다. 하지만 머나먼 이방의 끝, 방황의 끝자리에서 마주한 것은 마음의 고향이 아니었다. 온전히 나를 반겨주는 마음의 고향은 어디에도 없었다. - P130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